'전기차' 美IRA 세부지침 나왔다…韓한숨 돌렸지만 우려 여전(종합)
2023.04.01 11:17
수정 : 2023.04.01 13: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재무부가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제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세부 지침을 내놨다. 다행히 우리 정부와 업계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돼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배터리 업체의 경우 2025년 전에는 중국 핵심광물의 의존도를 줄여야 하고, 완성차의 북미 최종 조립 요건도 그대로 유지된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 배터리 3사, 고비는 넘겼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하고 이를 이달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IRA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또 내년부터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매년 단계적 상승해 2029년 100%) 이상 사용해야 세금감면 3750달러를,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매년 단계적 상승해 2027년 8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나머지 3750달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이날 발표한 세부 지침 규정을 보면 배터리 관련 기준 양극판·음극판 등이 부품으로 포함되고 양극 활물질(구성 재료)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 핵심 광물의 경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한 재료를 한국에서 가공해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에 발표한 규정에서 배터리 부품을 음극판, 양극판,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 셀, 모듈 등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음극판이나 양극판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구성 재료'는 배터리 부품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은 현재 구성 재료인 양극 활물질 등은 국내에서, 양극판·음극판을 만드는 단계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들은 현재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IRA상 보조금 지급대상이 될 수 있다. 핵심 광물을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추출해도 이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세부 규정이 요구하는 일정 비율을 충족하면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인정된다. 즉, 당장은 중국에서 양·음극재 소재를 수입해 한국에서 양·음극재를 만들어 수출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세부 지침이 한국 기업들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미국의 이번 발표로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는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한미 간 배터리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IRA 세부지침이 우리 업계에 다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된 것은 정부가 그간 다양한 채널로 미국과 IRA 관련 협의를 진행해온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IRA 등으로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고 산업부 등 관계부처도 공식 의견서 제출과 방미 협의를 통해 우리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며 "우리 업계가 IRA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재무부는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오는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무부가 이날 규정안에서는 외국 우려 단체를 정의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우려 단체에 중국 기업이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부는 지난달 21일 상무부와 함께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안'에서 사실상 중국 기업 전체를 외국 우려 단체로 규정했다.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제외 유지
다만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해야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대전제 요건은 한국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결국 유지됐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의 전기차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차량이어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하는 전기차는 한국에서 생산해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 등은 상업용 전기차 비중을 최대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 시점을 목표 시점인 2025년 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짓고 있다. 아울러 연초부터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 중인 제네시스 GV70 전기차 모델의 생산도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상업용 자동차 세액 공제, 전기차 공장 세액 공제 등 IR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미국 전기차 생산 시점을 앞당기는 등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