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뽕족도 "못 참겠다"…냉면 성지 '누들 인플레' 1그릇 2만원 육박
2023.04.02 06:06
수정 : 2023.04.02 13:53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누들플레이션'(누들+인플레이션)이 불고 있다. 서울의 유명 평양냉면 맛집으로 꼽히는 곳들이 연초부터 냉면 값을 줄줄이 인상했다.
직장인과 '평뽕족'(평양냉면에 중독된 사람들)들도 "냉면 한 그릇 가격이 만원을 훌쩍 넘어버린 것도 이해하기 힘든데 1만5000원 이상이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봉피양 서울 방이동 본점과 분점은 3월20일부로 주요 메뉴 중 하나인 평양·비빔냉면 가격을 기존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6.7% 인상했다. 냉면 외 다른 주요 메뉴들도 가격을 조정했다.
봉피양의 가격 인상은 1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휩싸인 지난해 초 냉면 값을 1만4000원서 1만5000원으로 조정한데 이어 이번에 또 올렸다.
봉피양을 운영하는 벽제 측은 "지속되는 물가 인상으로 부득이하게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가격 조정에 고객님들의 깊은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평뽕족과 직장인들은 냉면 값이 1만6000원인 건 심하다는 분위기다. A씨는 "냉면이 1만6000원이라니 이게 나라냐"고 성토했고 B씨는 "기존 가격도 충분히 비싼데 또 올린다니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봉피양만 냉면 가격을 조정한 건 아니다. 서울 충무로 필동면옥도 올해 초 냉면 가격을 기존 1만3000원서 1만4000원으로 인상했다.
필동면옥과 봉피양은 1000원씩 2년 연속 가격을 나란히 올렸다.
을밀대는 2년 만에 가격을 조정하는 대신 올해 2000원을 올렸다. 지난달 물냉면·비빔냉면·양지탕밥(동절기메뉴) 가격을 각각 2000원씩 인상했다.
을밀대는 냉면 외에도 △회냉면 1만7000원→1만8000원 △사리 7000원→8000원 △녹두전 1만원→1만2000원 △홍어 5만→6만원으로 각각 조정했다.
우래옥(1만6000원)과 평양면옥(1만4000원) 등은 올해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지만 1만5000원 전후 가격을 형성했다. 냉면 한 그릇이 1만3000원이던 을지면옥은 지난해 6월25일 폐업했다.
누들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또 다른 품목은 대표 서민음식 짜장면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8개 외식품목(서울 기준) 중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으로 짜장면이 꼽혔다.
짜장면 가격은 지난해1월 5769원서 올해 1월 6569원으로 13.9%나 올랐다. 같은 기간 냉면도 1만692원으로 9.0% 뛰며 1만원을 돌파했다.
업주들은 밀가루·계란 등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전기·가스비 등 고정비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평양냉면 한 업주는 "평양냉면은 한우로 육수를 내고 메밀이 80% 이상 들어가는데 최근 메밀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식재료 값도 문제지만 인건비, 가스요금과 전기료 등이 계속 치솟고 있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