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 병원'에서 "돈 갚아라" 소리 지르고 행패…대법 "업무방해"
2023.04.02 10:04
수정 : 2023.04.02 10: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의 진료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서울 용산구의 한 병원에서 빌려준 돈을 갚으라며 큰 소리를 치고 행패를 부려 업무방해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 병원에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총 161회 받고 이 줄기세포 치료연구회사 회장에게 약 6억원을 빌려줬다 받지 못하자 이같이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병원에서 "가짜 줄기세포로 병신을 만들었다" "다 사기다" 등의 소리를 질러 명예훼손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은 A씨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명예훼손과 폭행 혐의는 인정했으나 업무방해죄는 무죄로 봤다.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그 대상이 '보호 대상인 업무'여야 하는데, '사무장 병원'에서 이뤄지는 의료인의 진료가 그 보호대상인가를 두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린 셈이다.
2심은 A씨가 행패를 부린 병원이 '사무장 병원'으로 그 곳에서 진료한 의사 B씨 업무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그 업무의 시작이나 수행 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의 띌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 보호 대상인 '업무'는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된다"며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해서 그 진료 행위 또한 당연히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A씨가 병원의 일반적인 운영 외에 B씨의 진료 행위를 방해한 것인지에 대해 더 심리했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