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국정과제인데 野법안 안돼"..입법권 침해 논란

      2023.04.03 06:00   수정 : 2023.04.03 06: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회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가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관련 입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이 낸 법안을 기초로 논의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놓고 국회 입법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지난달 28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가 야당 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국정과제에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포함됐지만 "대통령 국정과제를 어떻게 야당 의원 법안으로 논의하냐"는 취지의 금융위 국장급 A 공무원 발언을 놓고 이 의원은 강력 문제제기를 하며 해당 공무원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국회를 대하는 금융위 태도가 상당히 잘못돼 있다" "금융위가 정치 중립성에서 편향돼 있다"고 엄중 경고하는 등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주권상장법인의 내부자 거래 사전신고 제도를 도입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 개정안'으로 이 의원이 지난해 2월 발의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관련 최고경영자(CEO)가 SVB 파산 전 대규모 주식을 매각하는 등 내부자 거래에 의한 먹튀 이슈가 터져나오면서 한국내에서도 내부자 거래 신고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재조명받고 있다.

금융위는 이른바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 이후 지난해 9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통한 제도화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채택됐다.
당시 이 의원은 "어차피 같은 내용이고 정부 발의는 시간이 걸리니까" 자신이 발의한 개정안에 정부 의견을 반영해 제도개선의 시급성을 감안해 신속하게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금융위는 현재까지 정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의원 측이 이유를 묻자 A국장은 "정부안은 있는데 정부 발의가 시간이 걸리니까 여당 의원의 입법 발의를 통해서 하겠다", "대통령 국정과제인데 야당 법안으로 어떻게 법안을 논의할 수 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의원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지난 2021년에 회사를 상장하고 한 달 만에 주요 경영진이 주식을 팔아 치운 사건이 있었고 그로 인해서 주가가 반 토막이 났고 소액주주는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이 사안에 집중하고 있고 소액주주 피해가 불보듯 뻔한 상황인데 금융위는 대통령 국정과제를 핑계로 법안 심사를 방해하고 있다"라며 '입법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A국장은 자신이 한 발언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내용 자체가 많이 다르다고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금융위 측은 관련 제도 도입이 중요한 정책과제인 만큼 야당 의원 안이라는 이유로 논의를 거부한 것은 전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이 의원이 낸 법안과 정부 측 추진 방향에 다소 차이가 있어 별도의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용우 의원안에 대하여 금융위는 입법 취지에 공감하고 종합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국회 입법 논의를 지연시키려고 한 적은 없다"며 "입법추진 과정에서 의원실과 소관국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통상 국정과제는 정부의 자체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거나 국정 파트너인 여당 의원실을 통해 정부 의견이 반영된 '의원 입법'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안이 시급해 신속한 입법이 필요할 경우 상당수가 법안 처리에 우호적이고 정책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여당 의원을 통해 입법 절차를 거치는 식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정과제의 맥락과 결이 같으면 여야를 따질 필요가 없는 데도 금융위가 편향된 시각으로 야당 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김종민 소위원장은 "야당 의원이 낸 법안을 차등 대우하는 이런 불공정한 자세를 가지고 공직을 수행하는 것은 아주 부당하다"며 "이건 뭐 감사원 감사의뢰라고 할 판인데 이런 잘못된 자세에 대해서 내부 확인, 경고 조치하시고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로 재발되거나 포착되면 상임위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한편 A 국장은 통화에서 "국회에서의 논의를 금융위가 저지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야당 의원 안으로 할 지, 정부 혹은 여당 의원 안으로 할 지는 국회가 결정할 문제"라고 해명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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