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트럼프 법원 출석 임박, 2024년 美 대선 어디로?

      2023.04.04 05:00   수정 : 2023.04.04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이하 현지시간)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피고인 신분으로는 최초로 법원에 출석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오히려 트럼프의 대선 운동에 도움이 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민주당이 정치 수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으며 공화당 지지자들 역시 민주당을 비난하며 트럼프를 중심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

■문서 조작에 선거법 위반...지연작전 나올 듯
미 뉴욕주 맨해튼 지방검찰이 23명의 시민을 소집해 만든 대(大)배심원단은 지난 3월 30일 투표에서 검찰의 공소에 따라 트럼프를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는 4일 뉴욕 지방법원에 출석하여 기소 내용 고지 및 공소 인정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그는 이날 맨해튼 지검에 먼저 들러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머그샷)을 촬영할 예정이며 당국은 해당 사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에게는 수갑도 채우지 않을 계획이다.

검찰의 공소장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1개의 중범죄를 포함해 약 30개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문서 조작과 선거법 위반이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지난 2018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수사하는 특검 수사를 받던 도중 자신이 2016년 대선 1개월 전에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약 1억7132만원)를 줬다고 말했다. 코언은 트럼프가 대니얼스와 2006년 성관계한 사실을 감추기 위한 '입막음' 목적의 돈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입막음으로 돈을 준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방식이 문제였다. 검찰에 의하면 트럼프는 코언이 쓴 돈을 자신의 회사 돈으로 보전해 주면서 법률 자문 용도라며 문서를 조작했다. 또한 코언이 트럼프를 위해 돈을 쓴 정황이 정치자금 기부로 인정될 경우,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아 불법 기부로 인한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

2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변호인단이 이번 재판에서 코언의 신뢰성을 공격하는 동시에 소송 절차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해 재판을 지연시킨다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변호인단은 지난 2019년에 검찰이 트럼프의 세금신고서 제출을 명령하자 이에 소송을 걸어 대법원까지 재판을 이어가며 서류 제출을 18개월 동안 미루기도 했다.


■공화 '정치 수사' 강력 비난
이번 기소를 주도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찰청장은 맨해튼 검찰청의 첫 흑인 청장인 동시에 민주당원이다.

트럼프는 3월 30일 기소 결정 직후 성명을 통해 "정치적 박해인 동시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브래그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위해 더러운 일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4일 법원 출석 이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로 돌아가 수사 관련 연설을 할 예정이다.

공화당 인사들도 일제히 민주당을 비난했다. 앞서 공화당 소속 미 하원 상임위원장 3명은 3월에 2차례에 걸쳐 브래그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수사를 비난했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브래그와 그의 전례없는 권력 남용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2024년 대선을 위한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불리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법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기화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3월 28일에 공화당 주지사(6명), 상원의원(26명), 하원의원(63명), 주 검찰총장(10명)의 성명을 담은 e메일을 배포하며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바이든은 기소 결정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급할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미 언론들은 민주당 진영에서 사상 초유의 전 대통령 기소 사건에 역풍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하원의장을 지냈던 낸시 펠로시는 자신의 트위터에 "대배심은 사실과 법에 따라 행동했다"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적었다. 미 정치 매체 더힐은 아직 민주당 내부에서 축하 분위기는 없다며 다들 혐의 공개를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법에 따르면 유죄 판결을 받거나 형사 기소를 당한 사람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NYT는 트럼프가 만약 2024년 대선에서 당선된다면 면책 특권을 활용해 사법 처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지지자 결집, 장기 전망 불투명
미 언론들은 공화당 지지 세력이 이번 사건으로 결집했다고 평가했다. 미 퀴니피악 대학이 3월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의 93%는 이번 수사가 정치적 동기로 이뤄졌다고 답했다. 미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가 3월 20~23일 1327명으로 진행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원의 80%가 트럼프의 기소를 마녀사냥이라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트럼프를 향한 동정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후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기소 직후인 3월 30~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 및 공화당 지지자 1089명 가운데 52%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2위인 디샌티스의 지지율은 21%에 그쳤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1일 보도에서 트럼프 캠프 관계자를 인용해 기소 발표 직후 약 이틀 동안 500만달러(약 66억원)가 넘는 선거 후원금이 모였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측근인 제이슨 밀러 백악관 전 선임고문은 "트럼프는 미 대통령 선거에 두번 출마한 사람"이라면서 이번 기소를 "정치적 박해로 보며 분노하는 완전히 새로운 트럼프 지지자 그룹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이번 기소로 인해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지만 범죄 수사가 계속되면 본선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이번 사건 외에도 2021년 의회 난동 사건 개입 의혹, 조지아주 선거 개입 의혹,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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