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제' 사카모토 류이치 별세...BTS 슈가 "평안하시길"
2023.04.03 14:51
수정 : 2023.04.03 14: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BTS 슈가와 작곡가 겸 가수 정재형이 일본의 유명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사카모토 류이치를 추모했다.
앞서 영화 '마지막 황제'(1986)로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은 사카모토가 지난 3월 28일 암 투병 중 별세했다고 교도통신이 2일 보도했다. 향년 71세.
BTS 슈가는 사카모토의 사망 소식에 "선생님 머나먼 여행 평안하시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정재형 역시 "Ryuichi sakamoto 나에게 빛이 되어주었던 당신이었습니다! 평화와 함께하시길 고마웠습니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아버지가 클래식 애호가였던 사카모토는 유치원에서 피아노를 배웠고, 4살에 작곡을 시작해 11살에 도쿄예술대 음악교수에게 클래식 작곡을 배웠다. 학창시절 일본의 사회주의 운동과 백남준 작품 등 다양한 포스트모던 예술 작품에 매료됐다.
그는 1978년 솔로 앨범 '사우전드 나이브스'(Thousand Knives)로 음악계에 데뷔했다. 이후 우연히 일본 대중음악계의 유명인 호소노 하루오미, 타카하시 유기히로와 알게 돼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YMO)’를 결성했다.
YMO는 팝과 로큰롤 기반의 전자음악에 현대음악적 요소와 클래식 등을 가미하며 일본 팝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특히 이들의 앨범은 일본 현지보다 서구에서 대히트를 치면서 유명세를 탄 경우로 예상치 못한 인기에 한때 대인기피증까지 앓았다고 한다.
YMO가 유명해지면서 사카모토는 활동영역을 넓혀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1983년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에 영국 유명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와 공동주연하고 OST도 맡았다.
'마지막 황제'로 경력의 새 역사를 쓴 그는 '마지막 사랑'(1990)과 '리틀 붓다'(1993)로 골든글로브와 영국영화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영화음악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7월 인두암에 걸렸으나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복귀작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로 골든글로브상, 그래미상 후보에 선정됐다.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한 황동혁 감독의 영화 '남한산성' 음악 감독을 맡기도 했다.
지난 2020년 6월 직장암 선고를 다시 받았지만 이후에도 작곡과 연주활동을 이어왔다. 당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무관 중으로 온라인 콘서트를 생중계했고 2년 만인 지난해 12월 11일 다시 온라인으로 관객을 만났다.
사카모토의 마지막 온라인 콘서트가 된 '류이치 사카모토 : 플레잉 더 피아노 2022'는 미리 녹화한 연주 영상을 한국, 일본,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 21개 지역에 송출했다. 지난해 6월, 문예지 ‘신초’에 자신이 시한부임을 밝힌 사카모토는 당시 “수술이 아닌 투약 방식으로 통원 치료를 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갈 것”고 밝혔다.
그는 조용한 삶을 선호했으나, 관심 주제에 대해서는 사회정치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다. 2015년 아베 신조 정부가 추진 중인 안보법안 반대 시위에 참가했고, 지난 달 별세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와 함께 원전 재가동 반대에 나서는 등 탈핵과 환경, 평화운동에 참여했다.
오리지널 앨범은 지난 1월, 6년만에 발매한 '12'가 마지막이 됐다. 사카모토는 "2021년 3월 초순 큰 수술 후 일기를 쓰듯 스케치를 녹음했다"며 "그중에서 마음에 든 12곡의 스케치를 골라 앨범으로 만들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일부러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나의 지금의 소리'"라고 소개했다.
오는 6월 개봉 예정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2023) 사운드트랙을 작업했다. 영화 제작 당시 사카모토가 투병 중이었기 때문에 고레에다의 요청으로 피아노 2곡을 새로 작업했고, 나머지는 앨범 '12'의 수록된 곡이나 이전에 작곡한 노래들을 사용해서 음악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