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사건, 바로 신고했는데도...비극 못 막은 경찰 '수사의 재구성'

      2023.04.03 17:23   수정 : 2023.04.03 17: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에서 납치 사건이 벌어진 후 목격자 112 신고가 이루어졌음에도 경찰은 피의자들의 살인행각을 막지 못했다. 경찰은 신고 3분만에 긴급 출동(코드 제로)을 발령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럼에도 피의자들의 도주 경로를 제때 따라잡지 못했다.



심야 차량식별 어려워 수사 장애


경찰이 초기에 겪은 장애물은 '심야 차량 식별'이다.

경찰에 따르면 납치 사건이 벌어진 지난달 29일 한 행인이 납치와 거의 동시에 신고했다.
경찰은 3분만에 피의자 추적에 돌입했지만 범행차량을 특정하기까지 약 1시간이 걸렸다. 경찰에 따르면 신고자가 차종을 잘못 진술했고 어두운 시각인데다 CCTV 화질도 좋지 않아 차량 식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범행 차량은 이미 경기 용인시를 지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번째 장애물, 수배차량 검색시스템

수사 인프라상 두번째 허점도 노출됐다. 수배차량 검색시스템을 기민하게 사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30일 0시56분 차량 소유주인 연씨가 음주운전 벌금을 내지 않은 수배자라는 사실을 인지해 차량수배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전국에 공유되는 수배차량 검색 시스템(WASS)에 용의 차량번호가 등록된 시각은 이보다 4시간 뒤인 오전 4시57분이다. WASS에 등록되고 나서야 차량이 오전 6시를 넘어 대전을 빠져나가는 게 포착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일찍 입력했어도 실질적으로 포착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30일 오전 3시18분 연씨 차량의 차적지를 확인해 대전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했다.


차량 포착 후 1시간 만에 발견


경찰은 범행 차량이 유성IC에서 포착된 지 약 1시간 만인 30일 오전 8시께 대전에서 버려진 차량을 발견한다. 차량 안에서는 혈흔이 묻은 고무망치와 목베개, 주사기 등이 발견됐다. 피의자 일당은 30여 분 전에 더 빨리 움직였다. 이들은 렌터카로 갈아타고 충북 청주 방향으로 도주한 뒤였다.


지휘부 보고도 지연돼

경찰이 긴밀하게 초동수사를 벌였지만 정작 윗선은 이를 뒤늦게 파악해 늑장보고 논란도 나온다. 수서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는 사건 7시간만에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고가 늦은 건 사실"이라며 "왜 늦었는지 수사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제3기관을 통해 필요한 개선책·보완책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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