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고통의 시대 끝나...삼성重, 8년 '적자고리' 끊나
2023.04.05 05:00
수정 : 2023.04.05 14: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가 질긴 적자 고리를 올해 끊어낼 지 주목된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3사 중 가장 긴 8년간 적자 늪에 빠져있다. 흑자 전환의 여건은 호전됐다.
삼성중공업 8년 적자고리 끊을까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3년 연속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적자 탈출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다. 배경은 크게 3가지다. △고부가 LNG 선박 시장 호황 지속 △원자재 가격 변동성 축소 △수주한 고가선박 실적 반영 본격화다.
삼성중공업의 상황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달말 LNG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총 6745억원. 이번 수주로 삼성중공업의 1·4분기 수주금액은 25억달러로 늘었다.
연간 수주 목표치(95억달러, 조선 64억달러 해양 31억달러)의 26%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5억달러 규모의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1기가 올 초 실적으로 집계됐다"며 "또 올해 3월까지 총 4척의 LNG 운반선을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올해 수주 실적을 초과 달성하면 3년 연속이다. 2021년 122억달러, 2022년 94억달러 어치를 수주했다. 지난 2년간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선박의 절반 이상(수주액 기준)이 LNG운반선이다.
관건은 삼성중공업의 올해 적자 탈출 여부다. 일단 실현 가능성은 높다. 앞서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정진택 사장은 "2021년 이후 수주한 물량이 올해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며 "올해 영업이익 2000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목표"라고 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35% 증가한 8조원으로 잡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일단 시장이 복합 호황 국면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LNG 중요도가 커진 것이다. LNG운반선 발주세도 2년째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에만 70여척의 LNG운반선 발주가 전망된다. 가격 면에선 LNG운반선은 척당 2억5000만달러(2월말 기준)를 넘어섰다. 2년새 33% 오른 값이다. LNG 운반선은 현존하는 선박 중 가장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NG선박 건조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LNG선 발주 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국 조선 3사가 LNG 운반선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LNG 수요 증가는 침체된 FLNG 프로젝트 개발도 자극한다. FLNG 건조는 삼성중공업이 독보적이다. 전세계에서 발주된 FLNG 5척 중 4척을 건조한 게 삼성중공업이다. 사실 고가의 해양플랜트가 삼성중공업의 발목을 잡긴했다. 그러나 FLNG는 척당 수십억달러로 단가가 매우 높다. LNG 운반선의 4~5배다. 삼성중공업이 가장 최근에 수주에 성공한 건이 15억달러 규모의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FLNG 1기다.
이 건이 올해 1분기 실적이 반영됐다. 추가 수주땐 수주 목표치를 단번에 달성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올해 수주목표를 높여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델핀의 FLNG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FID)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여러 건의 협상이 진행되는데, 올해 적어도 1건은 추가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0년대 들어 셰일가스 급부상, 유가 폭락(2014년) 등에 직격탄을 맞았다.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저가 수주 및 인수·매각 실패 등의 충격으로 2015년부터 적자에 빠졌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공정 지연, 후판 등 원자재가격 급등 등 악재가 더해 2021년엔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선박 건조비 중 20% 이상이 후판값이다. 적자가 쌓이면서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도 급증, 지난해 기준 305%에 달한다.
한화품에 안긴 대우조선도 흑자 기대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355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2년 연속 적자다.
하지만 지난해 3·4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 적자폭을 전년보다 1조원이상 줄였다. 올해 적자 탈출 가능성이 가장 높다. 조선업계 중 유일하게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해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한화그룹에 인수되는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흑자 전환이 만만치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조613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전년(1조7547억원)보다 적자폭을 크게 좁히지 못했다. 2년 연속 적자다. 다만 지난달 LNG운반선 2척을 6794억원에 수주하는 등 흑자 전환에 기대감을 살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LNG운반선 38척을 수주, 단일조선소 기준으로 전 세계 최대규모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십년 고착된 주인 없는 기업에서 한화그룹에 인수되는 원년인 올해, 고강도 경영 혁신과 방산분야 등에서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