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미국 은행보다 기준금리 인상 부담 소비자에게 더 많이 떠넘겨
2023.04.06 04:11
수정 : 2023.04.06 17:22기사원문
금융감독원은 4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은행부문 주요 감독·검사 현안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2년 국내 은행 대출·수신금리 변동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출·수신금리의 기준금리 민감도를 나타내는 '대출베타(Loan beta)'와 '예수금베타(Deposit beta)'는 지난해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평균이 각각 69.5%, 53.1%로 분석됐다.
이들 지표는 대출·예수금 금리 변동폭을 기준금리 변동폭으로 나눈 것이다.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자나 예금주에게 전가되는 부담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주요 4대 은행의 대출베타가 42.6%, 예수금베타가 27.8%였던 것과 비교하면 국내 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훨씬 민감하게 금리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내은행의 지난해 대출·예금금리 상승세는 과거 기준금리 상승기 때보다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전체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베타와 예수금베타는 각각 101.5%, 118.2%로 이는 과거 3차례 기준금리 상승기의 대출베타 54.5%, 예수금베타 75.8%보다 최대 2배 가까이 높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자금시장 공급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상승함에 따라 국내 은행의 대출·예수금베타가 100%를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잔액 기준으로도 지난해 국내 전체 은행의 대출베타(78.2%)와 예수금베타(62.2%)는 과거 금리 상승기(대출베타 50.3%, 예수금베타 46.1%)보다 높았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의 기준금리 민감도가 높았던 이유로 대출금리의 경우 상대적으로 변동금리부 대출비중이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 부담이 더 컸다는 것이다.
일례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변동금리 비중이 국내 주요은행은 약 67%에 달하는 반면 미국은 약 15% 수준에 불과했다.
예금금리는 지난해 자금시장 경색 사태로 시장금리 상승폭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수신유치 경쟁이 발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의 기준금리 대비 대출금리 민감도가 높은 것은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체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 비해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는 점과는 별개로 과거 기준금리 상승기 때보다도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은 결국 기준금리와 함께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요소인 가산금리를 은행들이 높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은 "(과거와 비교해) 주담대는 목표비율 규제를 강화했는데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비중이 늘면서 대출베타값이 높아진 것"이라며 "가산금리의 적정성은 매년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고 연말부터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