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불출석 변호사' 권경애, '9천만원' 각서 쓰고 잠적..유족과 합의 없었다

      2023.04.07 08:50   수정 : 2023.04.07 08: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족들이 8년을 기다린 ‘학교폭력 소송’에 불출석해 결국 재판을 패소하게 만들어 논란이 된 권경애(58·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각서를 쓰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소가 확정된 유족은 배상을 받기는커녕 상대방 소송 비용까지 물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한다“며 ”권 변호사의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가가 이렇게 무책임 해도 되는가"

권 변호사는 연락 두절 상태인데, 자신이 임의로 정한 9000만원을 3년에 걸쳐 유족에 갚겠다는 각서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대리인인 양승철 변호사는 “(유족과) 합의하고 쓴 게 아니라 본인이 일방적으로 써서 줬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재심 전문’으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유족에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이날 오전 SNS에 유족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이번 사건이 법조계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는 케이스가 되길 바란다. 피해자 어머님도 진영논리 등으로 사건이 소비되는 걸 반대한다. ‘법률가가 이래도 되는가’ 이런 무책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사건을 통해 알리고 싶어 한다”고 했다.

앞서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을 비판한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권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한 뒤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소송이 물거품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학교폭력으로 극단적 선택한 딸.. 어머니의 8년 소송

지난 2015년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박양은 학교 폭력을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이씨는 이듬해 여름, 서울시 교육감과 가해 학생들 부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권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겼다.

1심 결과는 무대응으로 일관한 가해 학생 부모 A씨가 이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지난해 2월 원고 일부 승소였다. 이씨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을 상대로 항소했고, A씨도 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는 A씨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는 선고가 내려졌는데, 권 변호사는 재판에 나가지 않은 것은 물론 항소심 판결문을 받고도 유족에게 알리지도, 기한 내에 상고도 하지 않아 뒤집힌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1심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다른 19명을 상대로 한 유족의 항소 역시 권 변호사의 3차례 불출석으로 ‘취하’ 처리가 돼 패소한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지난달 말 권 변호사를 만났다는 이 씨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도대체 왜 재판기일에 안 간 거냐”고 물었고, “한 번은 법원까지 갔으나 쓰러져서 못 갔고 두 번째 기일은 수첩에 다음 날로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는데 다시 재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판사가 자신에게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 씨는 “작년 10월경 소송이 그리되고 자신도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하루가 멀다 하고 조국을 비판하고 이재명 비판하고 정치를 비토했다”며 “누가 누구를 비판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권 변호사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변협은 전날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며 “권 변호사를 조사위원회에 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가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경우, 최대 3년까지 변호사 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


권 변호사는 휴대전화를 끈 채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으며 사무실에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활발히 활동하던 페이스북 계정 역시 폐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