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로 이것 만들었더니 '대박'
2023.04.08 05:00
수정 : 2023.04.08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이 뷰티 업계를 만나 새로 태어나고 있다.
친환경, 비건 등에 관심이 높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착한 성분의 뷰티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트렌드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뷰티 업계의 못난이 농산물 활용은 식물 유래 성분 활용을 물론 자원순환이라는 친환경적 요소를 갖췄고, 국내 농가와의 상생 효과까지 낼 수 있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농산물 재활용 뷰티 제품 증가 추세
8일 뷰티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의 원료에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푸드 리퍼브'에 동참하는 브랜드가 우후죽순 늘고 있다.
푸드 리퍼브는 음식을 뜻하는 영문 푸드(food)와 리퍼비시드(Refurbished·재공급품)의 합성어로 농산물 재활용을 의미한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외관으로 상품 가치를 잃은 식품을 적극 구매하거나, 그 농산물을 활용해 새 식품 혹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트렌드를 뜻한다. 최근 친환경에 대한 관심과 가치 소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푸드 리퍼브 트렌드는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인 '인터마르셰'의 '부끄러운 과일과 채소' 캠페인으로 이슈가 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맛남의 광장'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못난이 감자 매입을 부탁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판매함으로써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실제로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하는 것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회가 2021년 10월 발표한 국제기구 농수산동향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품의 14%가 수확에서 소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손실되고 있다. 이는 식량불안 악화와 온실가스 배출을 촉진하고, 결국 먹지 않는 식품을 생산하기 위한 토지·물·에너지의 낭비를 통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친환경 가치소비 트렌드와 딱 맞아
착한 성분과 환경을 해치지 않는 제품을 찾는 MZ세대의 '가치소비'와 푸드 리퍼브가 결을 같이 하면서 뷰티 업계도 못난이 농산물에 주목하고 있다.
클린뷰티 브랜드 라타플랑은 최근 전남 순천에서 나는 미나리를 주원료로 한 '미나리 진정 세럼'을 출시했다. 베스트셀러인 '라타플랑 미나리 진정 라인' 7종에 전남 순천만에서 자란 무농약 못난이 미나리를 사용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라타플랑 미나리 진정 세럼'은 미나리 추출물을 69.7% 함유해 피부 열을 내리고, 5중 히알루론산이 수분을 채워주는 저자극 진정 세럼이다. 여름철 열로 인해 자극 받은 피부 관리에 도움을 준다.
라타플랑은 순천시와 협약을 통해 무농약 인증 친환경 미나리 농가에서 직접 원료를 수급 받고 있다. 무농약 친환경 재배 시 일반 재배보다 비규격 농산물 비율이 더 높은데, 라타플랑은 미나리 진정 라인에 못난이 미나리까지 함께 사용함으로써 농가 상생과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라타플랑 관계자는 "미나리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효성분을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미나리의 외관은 중요하지 않다"며 "화장품 원료인 미나리 수급을 위해 순천 무농약 미나리 재배농가를 방문했을 때 건강한 미나리들이 단지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것을 보고 못난이 미나리를 포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스킨케어 브랜드 '글리어'는 버려지는 푸른 양배추피(양배추 겉껍질)를 주 원료로 사용한 '그린캐비지 스프레이 홉 토너'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푸른 양배추 성분 함유로 피부에 생기와 영양 공급에 도움을 주는 스프레이형 토너다. 글리어에 따르면 경기 농수산 진흥원에서는 매일 식재료를 손질해 경기도의 각 학교에 보급하는데 그 과정에서 하루에 500kg의 양배추 껍질이 버려진다고 있다. 글리어는 이 양배추 껍질을 수급받아 원료화 해 사용하고 있다.
비프로젝트의 '스테이 헤어 딥 클렌징 샴푸'에도 농작물의 쓰고 남은 부분이 들어 간다. 이 제품에는 고흥 유자씨 오일와 제주 당근잎 추출물을 함유하고 있으며, 식물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두피 각질과 오염을 말끔히 제거해준다.
'쏘 비건 어글리 포테이토 마스크'는 정해진 틀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자란 감자가 아닌 본래 자연의 모습으로 울퉁불퉁 자유롭게 자라난 강릉 못난이 생감자를 업사이클링 한 제품이다. 햇빛에 달아오른 피부를 시원한 쿨링감으로 진정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업계 관계자는 "버려지는 농산물로 인한 환경오염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한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MZ세대가 중시하는 가치소비와도 맞아 향후 활용 분야가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