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국 파빌리온 가보니..'광주 비엔날레' 작품과 '쌍벽'
2023.04.08 10:19
수정 : 2023.04.08 10: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광주=유선준 기자]세계적인 현대미술 축제인 '제14회 광주 비엔날레' 본 전시와 함께 광주에서 개막한 파빌리온(국가관)도 예술적으로 질 높은 작품들을 선보여 주목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기관이 직접 예산을 투입해 자국의 큐레이터, 예술가 등과 전시를 꾸린 만큼 국가 간 선의의 예술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8일 광주 비엔날레 재단 등에 따르면 제14회 광주 비엔날레 파빌리온에는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 등 총 9개국이 참여했다.
특히 해당 국가들은 광주지역 협력기관인 광주시립미술관, 이이남 스튜디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동곡 미술관, 은암 미술관, 이강하 미술관, 10년 후 그라운드, 양림 미술관, 갤러리 포도나무 등지에서 기후 문제와 자국 전통, 소수민족 문화 등 전시 및 퍼포먼스를 다채롭게 펼치고 있다.
우선, 캐나다 파빌리온(광주 이강하 미술관)은 '신화, 현실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캐나다 킨게이트(Kinngait) 32명 작가들이 작업한 90점 이상의 드로잉과 조각이 전시됐다. 특히 북극 야생동물을 비롯해 이누이트 예술의 전통적인 주제를 재해석한 작품 등이 돋보인다.
카버바우 매뉴미 작가의 '무제'(Untitled) 작품도 이누이트 예술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누이트 예술은 인간이 죽어서 여러 동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주술적 메시지가 담겼다. 해당 작품을 통해 영혼이 빠져나가는 과정 등을 그린 게 인상적이다.
쿠비안턱 푸드라 작가의 '무제' 작품은 여러 마리의 검은 새가 똑같은 모습의 단체적 행동을 하고 있는데, 불협화음이 아닌 조화를 이룬 게 특징이다. 이누이트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자연 친화적이고, 인간 태초에 대한 신화적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지점과 맞닿아 있다는 게 이강하 미술관의 이선 학예실장의 설명이다.
이 실장은 "이번 캐나다 파빌리온의 중요 지점은 광주 공간이 그냥 공간으로만 제공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관으로써 서로의 문화적 다양성과 존중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며 "억압 받아온 소수 민족의 예술인 이누이트 예술을 온전한 순수성으로 받아 들여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 파빌리온(광주 은암 미술관)은 대나무 소재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나타낸 작품을 전시 중이다. '죽의심원'(竹意心源)을 제목으로 정한 만큼 대나무를 통해 마음의 공간을 넓혀가는 작품들이 많다.
특히 우딩위 작가의 '산수가유-풍죽' 작품은 대나무를 형체로 삼아 아름다운 산천과 무한한 풍경을 연출했다. 풍경화의 여백처럼 자유 분방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한진펑 작가의 '죽어'(竹語) 작품의 경우 자연에서 성장하는 대나무를 마디 마디 엮어 서로 다른 공간적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파빌리온(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자유의 영토'를 주제로 한 우크라이나 현대 영화 3편을 상영 중이다.
러시아 침략으로 우크라이나 영토가 피폐해진 전쟁 참상을 직접 겪은 작가들이 타큐멘터리 식으로 폭로한 게 특징이다. 영화 작품을 통해 전쟁의 단면 만을 뉴스로 접할 수 있는 한계점을 해소할 통로를 마련한 셈이다.
스위스 파빌리온(광주 이이남 슈튜디오)은 한국과 스위스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양국 출신 젊은 사진작가 8명의 작품 50여점을 전시했다.
그 중에서도 윤태준 작가의 '상승 Ascent 2022'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엘리트주의적 대도시 건축의 수직적 고층 건축물을 마주하는 신체로서 현대인 삶의 형태를 사진 이미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즉, 높은 곳에 도달하려는 현대인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네덜란드 파빌리온(광주 시립 미술관)은 국가와 기업이 기후 범죄에 가담하는 방식을 증언하는 재판 퍼포먼스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재판 퍼포먼스에선 다양한 사회 운동 활동가들이 증인으로 참석해 한국 기업이 기후 범죄를 저지르는 방식에 대해 증언한다.
이밖에 프랑스 파빌리온(광주 양림 미술관)은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심사위원 특별 언급상을 수상한 지네브 세디라 작가의 전시를, 폴란드 파빌리온(광주 10년 후 그라운드)은 '포스트-아티스틱 어셈블리'를 주제로 공공프로그램 등을 진행 중이다.
또한, 이스라엘 파빌리온(광주 미디어 아트 플랫폼)은 사물의 본질과 인간관계를 영상과 오브제로 풀어내며, 이탈리아 파빌리온(광주 동곡 미술관)은 '물'을 소재로 5명의 작가와 함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9개국의 파빌리온은 오는 7월 9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