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가축 사이
2023.04.10 18:40
수정 : 2023.04.10 18:40기사원문
"이거 먹어도 되는 것인가. 이 사람들(한국인들) 개구리도 먹는다던데!"
우리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아주 오래전 시골 아이들은 놀이 삼아 개구리를 먹기도 했다. 강릉에는 실제로 개구리를 파는 식당이 있기도 했으니 전혀 없는 오해는 아닌 셈이다.(지금도 영업 중인지는 알 수 없다)
이날 백씨 일행은 결국 누군가의 민원 때문에 시장 관리자 측으로부터 장사 중단명령을 받고 가게를 접는다. 완고한 이슬람 사람 누군가의 눈에는 낯선 동양인들이 파는 이상한 음식처럼 보였던 것이다.
한국인들의 식습관이 유달리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외국인들의 눈에 때론 혐오스러운 식재료를 먹는 민족처럼 오해를 사는 일이 더러 있다. 박지성 선수가 영국에서 뛰던 시절 공식 응원가에는 "너희 나라에서는 개를 먹지"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황희찬 선수가 울버햄프턴에 진출하자 개고기 응원가는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개는 인간의 친구다"라거나 "국격에 맞게 금지하자" 따위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이렇게 오랫동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문제를 이제는 좀 정리를 해야 할 때라는 거다.
개 식용 문제는 역대 정권에서 한 번씩 꺼내 들었지만 사회적 합의를 내지 못했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표가 우수수 떨어질 우려가 큰 일종의 '뇌관'이기 때문이다. 찬반과 상관없이 여전히 일부 상인들은 개고기를 팔고 있고, 그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올 텐데 이 문제는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이다. 개 식용은 대단히 모호한 상태로 이제까지 방치되어 있어 논란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
축산법상 개는 '가축'이지만, 가축을 식재료로 유통하는 과정을 규정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의 대상은 아니다.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현재 유통되는 개고기는 명백히 '불법'이다.
찬성하는 쪽의 주장은 "그러니까 개고기를 축산물위생관리 대상에 넣어 '깨끗하게' 도축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굳이 개고기를 먹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느냐다. 과거 육류를 섭취하기 어렵던 시절 어디에나 흔하던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디를 둘러봐도 고기가 넘쳐난다.
개를 식용으로 유통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 보자. 동네마다 보신탕집이 들어서고, 마트에는 개고기로 만든 소시지와 통조림이 진열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지금 당신이 느끼는 기분이 바로 정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안승현 경제부장 ahnma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