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말잇기 하다 ‘남한말’ 툭.. 北운동선수 '노동교화형', 가족은 추방

      2023.04.11 08:35   수정 : 2023.04.11 10: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오락회에서 끝말잇기를 하던 도중 실수로 ‘남한말’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고교생 정도 나이에 불과한 북한의 운동선수들이 노동교화형에 처해지고, 그 가족들은 오지로 추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 한국어판의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지난 3일 오후, 혜산시 광장에서 고급중학교(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 졸업생 등 청소년 대상 공개폭로모임이 있었다”며 “삼지연시에 갔던 체육선수들이 훈련 도중에 오락회를 하다가 남조선 말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한 달간 양강도에서 도내의 청소년 체육선수들을 모집해 삼지연시에서 동계훈련을 벌였는데, 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이 남한 말을 사용했다는 폭로가 나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도 안전국과 검찰소의 주최로 진행된 이번 공개폭로모임은 혜산시의 각급 공장, 기업소, 사회단체, 학교 학생들과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광장에서 열렸다”며 “훈련도중 오락회에서 말꼬리 잇기(끝말잇기)를 하다가 남조선 말이 튀어나온 것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공개폭로모임에서는 오락회에 참가한 20명 전원에게 교화형이라는 법적 처벌이 가해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주민들은 앞길이 구만리같은 체육선수들이 말 한마디 때문에 교화소에 보내진다는 것은 너무한 처벌이라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해당 소식통은 그러면서 “공개폭로모임 대상이 된 체육선수들은 대부분 힘있는 간부집 자식들”이라며 “하지만 이 문제가 중앙에까지 제기되면서 가차 없는 처벌 지시가 내려지고 해당 간부들은 해임 철직되고 가족은 산간 오지인 삼수로 추방결정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삼수는 개마고원 끝자락에 위치한 지역으로 혜산시에서 약 40km 떨어진 산간지역이다.

한편 북한 내 스마트폰이 보급된 것이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누군가 훈련도중에 있은 오락회 영상을 손전화(스마트폰)로 찍었고, 한 여학생이 손전화기에 저장된 이 동영상을 보다가 불시단속에 걸려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여학생이 현장에서 동영상을 직접 찍었는지, 다른 사람이 동영상을 찍어 보내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여학생의 스마트폰에서 문제의 동영상이 발견돼 이번 폭로모임의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오락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올해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과 25살 미만의 체육선수들(을 포함해 모두) 20명”이라면서 “도내에서 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지만 단속한 안전원이 이를 무마하려는 사실까지 중앙당에 신고하며 당적인 시범사건으로 번지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현재 우리(북한)내부에 있는 남조선 영화와 드라마는 몇 백, 몇 천개인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면서 “당에서 남한 말을 ‘괴뢰’말이라며 강하게 단속하지만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남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비밀에 붙이는데 근절할 방법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소식통은 체육선수들이 끝말잇기를 하던 중 구체적으로 어떤 남한말을 사용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오빠’나 ‘자기야’ 등의 말이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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