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새 외교백서 '역사 인식 계승' 표현 누락, 과거사 반성 없었다

      2023.04.11 09:21   수정 : 2023.04.11 09:21기사원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정부의 새 외교 백서에서 일제강점기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한다'는 표현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에서 밝힌 일본 정부의 이런 표명을 일본 측의 '반성과 사죄'로 해석했으나, 정작 외교 백서에선 관련 내용이 빠져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11일 오전에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2023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일본 정부는 매년 4월에 최근 국제정세와 일본의 외교활동을 기록한 백서인 외교청서를 발표한다.

올해 외교청서는 한일이 지난해 5월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과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강제징용 문제 조기 해결을 모색해왔다고 기술했다.

일본 정부는 "3월 6일 한국 정부는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제3자 대위 변제 해법)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해법 부분을 설명하면서 하야시 외무상이 발표한 일본 측의 입장을 부연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는 2018년 대법원 (징용 배상) 판결에 의해 매우 엄중한 상태에 있던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이번 발표를 계기로 조치의 실행과 함께 한일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강력히 확대돼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외교청서는 전했다.


하지만 당시 하야시 외무상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밝힌 내용은 전달하지 않았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에는 일본의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가 담겨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지난달 16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조치의 실시와 함께 양국 간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힘차게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새 외교청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빠지면서 과거사 반성과 관련한 일본 측의 추가 호응 조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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