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경기침체 동시에 잡는 균형책 펼쳐야
2023.04.11 18:21
수정 : 2023.04.11 18:21기사원문
실제로 고금리 여파로 나라 경제의 주춧돌과 같은 기업들의 생사가 위태로울 지경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40억2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한 수출액이 이달 초순까지도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승용차와 선박을 제외한 대부분 주력품목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8%나 줄어든 가운데 석유제품(-19.9%), 철강제품(-15.1%), 무선통신기기(-38.8%)까지 줄줄이 마이너스다. 물건은 안 팔리는데 이자 부담은 커져서 발을 동동거리는 기업도 불어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국내 제조업 가운데 27.1%가 한계기업으로 파악됐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10%p나 늘어난 수치다. 한계기업은 영업활동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할 만큼 재무상태가 악화된 기업을 말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의 이자비용이 전년보다 무려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기업들의 재무구조에 직격탄이 된 것이다. 경기위축 여파로 실적은 줄어드는데 고금리 영향으로 이자비용까지 늘어나면 어떤 기업들이 버텨낼 수 있겠는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물가상승세가 꺾인 반면 성장률 둔화는 지속되는 변곡점에 와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물가잡기에 집착하지 말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도 비중 있게 챙겨야 할 시점이다. 물론 시장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기준금리를 재인상할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번 금리동결로 한미 간 금리차는 1.50%p나 벌어졌다. 금리역전 현상은 원화 가치 하락과 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뜻한다.
그럼에도 꺼져가는 기업의 성장엔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당장 필요하다. 수출은 막히고 재고는 창고에 쌓이는데 은행에 꼬박꼬박 내는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아무리 건실한 기업이라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이자 부담 앞에서는 버틸 재간이 없다. 지고지순하게 물가잡기에만 얽매이다가 성장엔진마저 식어버리면 저성장 악순환 고리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정부의 탄력적인 재정통화 정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