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짜리 사업도 예타 면제… SOC·R&D 남발 우려
2023.04.12 18:14
수정 : 2023.04.12 18:14기사원문
■24년 만의 예타기준 완화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다.
SOC·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금액을 현행 '총사업비 500억원·국가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000억원·국가재정지원 규모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SOC사업 범위를 도로, 철도, 도시철도, 항만, 공항, 댐, 상수도, 하천 및 관련 시설에 대한 건설공사로 명문화했다. 새 예타 기준은 SOC·R&D 사업에만 적용된다. 나머지 사업에 대해서는 현행 기준(총사업비 500억원·국가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이 유지된다.
예타 대상기준 상향은 역으로 재정투입 대비 사업 타당성을 꼼꼼히 따지는 '예타 그물'에서 벗어나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SOC, R&D사업이 남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법안 통과가 임박하면서 환영 입장이다. 지역별로 이 같은 사업들이 산적해 있다. 2021년 12월부터 예타가 진행 중인 충남 서산공항, 제2인천의료원, 울산 'R&D 비즈니스밸리 연결도로 개설사업' 등이 예타 면제 수혜를 받을 사업으로 유력하다.
■국가재정부담 가중 전망
예타 면제기준 상향은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는 긍정적 부분도 있다. 하지만 국가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법안임은 확실하다. 무분별한 SOC 건설 등 포퓰리즘을 허용해 주는 측면이 있어서다.
이에 더해 공공기관의 예타 대상사업 기준금액도 올해부터 상향조정됐다. 지난해까지는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기관·정부부담액 500억원일 경우 예타 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각각 2000억원 이상, 1000억원으로 2배 올랐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통해 현재 시행 중이다.
국가재정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예타 면제기준이 완화되면서 우려가 더 크다. 세수는 주는데 지출은 더 늘어나는 법안들이 추진 중이거나 국회를 통과해서다. 매년 1조여원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현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중이다.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에서 올리고, 저소득 청년에게 월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에 반해 국가채무는 지난해 1000조원을 넘어섰다. 올 한 해에도 나랏빚이 66조7000억원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금도 예상보다 덜 걷힐 것으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실상 시인했다. 예산상 계획보다 20조원 넘게 부족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세수결손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세수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세율을 낮춘 유류세와 개별소비세 등 원상복구나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산정기준으로 활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80%로 되돌리는 방안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실질적 나라살림살이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도입과 연계도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예타 면제금액이 상향돼도 시간상으로 내년 예산과는 연계성이 적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업효율성 등을 감안하지 않아도 돼 지역의 요구는 늘어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여야는 예타 면제기준 완화와 재정준칙 도입을 연계할 계획이었지만 야당의 반대로 재정준칙 법제화 합의가 지연되자 예타 면제기준 상향부터 처리됐다. 국회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최근 세수감소 등에 대해 우려하면서 "(지출 구조조정과 누적 체납액 징수 등과 함께) 재정준칙을 법제화해서 재정건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