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韓시장 실적 역주행 왜?

      2023.04.14 05:00   수정 : 2023.04.14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사상 최고실적을 거둔 테슬라가 유독 한국시장에서 '역성장'을 기록,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 매출, 영업이익 모두 7.2% 하락

14일 테슬라의 한국 판매 법인인 테슬라 코리아의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시장 매출액은 1조58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으로 전년대비 두 지표 모두 7.2% 하락했다.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9.2% 감소한 100억2165만원이었다.



미국 테슬라 본사가 지난해 136억5600만달러(18조970억원)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와 BMW코리아 등이 매추르 영업이익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과도 대비된다.
수입차 시장에서 유독 테슬라만 역주행이다.



테슬라의 국내 신차 판매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자동차 정보업체 카이즈유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해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1만4571대로 전년(1만7828대)보다 18.3% 줄었다. 폭스바겐(1만5792대)에 따라잡히면서 수입차 업계 내 판매 순위는 4위에서 5위로 한 단계 내렸다. 올들어 감소폭은 더 커졌다. 올해 1·4분기 테슬라 신차 등록 대수는 1303대로 전년(2702대)의 절반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선 전년보다 36% 증가한 45만2875대를 인도한 것과 대비된다.

국내 잇따른 전기차 출시로 실적 하락

자동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한국시장에서 실적이 하락한 이유로 크게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테슬라 독주체제에서 경쟁시장으로 본격 전환됐다는 점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전, 벤츠·BMW·폭스바겐 코리아, 폴스타, 볼보 등 경쟁 수입차들의 잇따른 한국시장 전기차 출시로, 테슬라의 점유율 하락이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벤츠는 EQA, EQB, EQE, EQS에 이어 올해에는 EQS SUV, EQE SUV 등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한다. BMW도 iX, i4, i3, i7과 더불어 올해 iX1과 5시리즈 전기차 i5를 출시할 계획이다. 아우디는 e-트론을, 폴스타는 폴스타3, 포르쉐는 타이칸, 볼보는 C40리차지와 XC40리차지 등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테슬라는 이렇다할 신차 이슈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고객의 관심이 하락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얼리어답터(새로운 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시선이 테슬라가 아닌 여타 수입 고급차종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고무줄 가격 정책...신뢰도 하락 한몫

또 다른 하나는 일명 '싯가'라고 부르는 고무줄 가격 정책이다.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시장의 신뢰도가 하락한 것이다. 테슬라는 올들어 미국 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세 번 인하했다. 한국시장에서도 2개월 연속 14%가량 내렸다. 이런 가격 변동성은 중고차 시세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중고차 시장 평균 5967만원이었던 테슬라 모델3는 이달 4400만원으로 26%정도 빠졌다. 같은 기간 현대차 아이오닉5가 1020만원(20%)하락한 것에 비하면 낙폭이 크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를 중고차 시장에 되팔면 신차 가격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옛말이 됐다"며 "공급부족이 해소되는 가운데 신차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중고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장이 규모는 작지만, 전세계 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고 변화가 빠른 시장이라는 점에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동향을 읽을 수 있는 리트머스지나 다름없다는 시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테슬라의 독주 체제가 끝나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한국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 변화를 유의미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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