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아쉽다… BTS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완주 고택
2023.04.14 04:00
수정 : 2023.04.14 04:00기사원문
【완주(전북)=정순민 기자】 유희태 완주군수는 "완주를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 한번 와본 사람은 또 오게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저 자신감은 뭐지?' 싶었지만, 그의 말을 수긍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성한옥마을과 아원고택
전북 완주의 핵심은 오성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소양면에 몰려 있다. BTS가 다녀간 뒤 핫플레이스가 된 이른바 '완주 BTS 힐링 성지'도 이곳에 가장 많다. BTS가 하루 묵어간 아원고택을 비롯해 멋진 사진을 남긴 오성제 저수지와 위봉산성도 다 여기에 있다.
완주에 왔다면 우선 오성한옥마을부터 찾을 일이다. 오성한옥마을은 주변에 종남산(608m), 서방산(617m), 위봉산(557m) 등 울창한 산림과 맑은 계곡이 있어 자연생태경관이 수려하다. 높고 낮은 지형의 형태에 맞춰 지어진 전통한옥과 토석담장, 골목길 등이 고즈넉한 옛 정취와 정겨움을 더한다.
오성한옥마을에는 여러 채의 한옥이 모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곳은 BTS가 다녀간 아원고택이다.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아원고택은 1층의 현대식 갤러리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한옥타운이 나타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만사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만휴당을 비롯해 안채, 사랑채, 별채, 서당으로 구성돼 있는데, 안채와 사랑채는 진주의 250년 된 고택과 정읍의 150년 된 고택을 이축(移築)했다. 또 가장 최근 지어진 서당은 조선시대 함평에서 서당으로 쓰던 건축물을 옮겨왔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살리되 서까래와 기와 일부는 교체했다는 게 아원고택 측의 설명이다.
아원고택 아래쪽에 있는 소양고택도 그에 버금가는 아름다움과 멋을 간직하고 있다. 안채, 사랑채, 가희당, 후연당 등 총 7채의 한옥이 들어앉은 소양고택은 아원고택에 비하면 소박한 느낌이지만 바로 옆에 맑고 깨끗한 계곡이 있어 또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완주 1호 독립서점'인 플리커책방이 고택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색다르다. 이문희 소양고택 대표는 "소양고택에는 TV가 없고 와이파이도 잘 터지지 않는다"면서 "눈길 닿는 곳마다 나무와 꽃이 있고 음악과 책이 있어 복잡했던 마음을 비우고 하루를 보내기에 좋다"고 말했다.
■위봉산성과 'BTS 소나무'
오성한옥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봉산성과 오성제 저수지가 있다. 이들 두 곳 역시 전세계 아미(BTS 팬덤)들이 발도장을 찍으며 성지순례를 하는 곳이다. 위봉산성은 1675년(숙종 1년)부터 7년에 걸쳐 쌓은 총길이 16㎞의 성벽이다. 유사시 전주 경기전(慶基殿)에 있는 태조 영정과 위패를 옮겨 봉안하기 위해 전주 근처에 험한 지형을 골라 성을 축조했다. 이 성은 당초 폭 3m, 높이 4~5m로 지어져 3곳의 성문과 8개의 암문이 있었지만 대부분 소실되고 지금은 일부 성벽과 전주 쪽으로 난 서문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지난 2019년 썸머패키지 화보 촬영 당시 BTS가 이 아치형 석문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또다른 BTS 성지인 오성제 저수지에는 이른바 'BTS 소나무'가 있다. 이 소나무는 원래 JTBC 드라마 '발효가족'(2011~2012년) 촬영을 위해 저수지 뚝방에 심은 것인데 BTS가 다녀가면서 더 유명해졌다. 높이 5m의 BTS 소나무 주변에는 키 큰 나무나 시야를 가리는 건축물이 없어 눈에 잘 띈다.
이밖에도 BTS가 다녀간 뒤 조금은 소란스러워진 고산면 창포마을과 용암상회, BTS 멤버들이 푸른 창공을 가르며 페러글라이딩을 한 구이면 경각산, 멤버들이 만경강을 굽어보며 강물 위로 떨어지는 낙조를 즐겼던 삼례읍 비비낙안 등을 합쳐 'BTS 6로드'라고 부른다.
■삼례문화예술촌·구이저수지 둘레길
그렇다고 완주에 BTS 성지만 있는 건 아니다. 완주 곳곳에는 마음먹고 찾아가 볼만한 숨겨진 문화 공간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옛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일제시대 수탈의 상징이었던 양곡창고를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켜 역사적 의미와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하고 절묘한 공간을 만들었다.
예술촌 내에는 모모미술관, 디지털아트관, 삼례책마을, 김상림목공소 등이 있어 가족과 함께 체험하거나 공연 및 전시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또 자동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전북도립미술관을 비롯해 유휴열 미술관, 완주전통문화공원,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등을 엮어 한꺼번에 둘러봐도 좋다.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에서 가까운 구이저수지 둘레길도 봄맞이 여행지론 안성맞춤이다. 8.8㎞에 이르는 구이저수지 둘레길은 수변 데크길과 수변길, 숲길이 번갈아 나오고, 경사길과 평지길이 섞여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모악산과 경각산 사이에 자리 잡은 구이저수지는 깨끗한 물과 산이 어우러져 1년 365일 언제 찾아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봄에는 제방 아래 벚나무가 화려한 분홍색 꽃을 피워 더욱 특별한 풍경을 선사한다. 하지만 올해는 벚꽃이 유난히 빨리 꽃망울을 터뜨리는 바람에 꽃이 이미 많이 졌다. 대신 연둣빛으로 물드는 신록이 우리의 시선을 싱그럽게 한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