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중국발 아냐" 한국에 또 발끈한 中, '말 바꾸기'

      2023.04.15 08:00   수정 : 2023.04.15 08:00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10년 만의 가장 빈번한 중국발 황사’라는 한국 언론의 보도에 중국이 또 발끈했다. 중국은 사실상 ‘통과 역’에 불과하고 근본적인 원인은 몽골 등 중앙아시아에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영토인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네이멍구자치구 지대에 발원하는 황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황사, 中이라는 韓 편협·무지"

15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일보와 환구시보 등은 ‘황사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한국 언론의 과장된 추측은 얼마나 편협하고 무지한가’라는 제목의 최근 기사를 통해 이같이 비판했다.

매체는 “황사의 경우 기상 현상으로 국경을 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그 예로 중국을 제외하고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남부의 고비 사막 등에 황사 원인이 널리 분포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동안 많은 황사가 영향을 미쳤으나 과학적 모니터링과 종합적인 분석 결과, 중국은 통과역에 불과하고 주로 몽골의 태풍과 강풍 때문이라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매체는 “바람이 강하고 지속적이어서 먼지는 자연히 멀리 날아간다”면서 “한국의 언론은 상식을 무시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보도를 하고 있는데, 이는 먼지가 많은 날 만큼이나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또 환경과 기후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이며, 오히려 중국은 식수조림, 사막 녹지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고 피력했다.

이런 주장은 중국 정부와 반응이 유사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베이징에서 목격된 황사가 일본 각지로 퍼졌다. 중국이 황사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을 취할 것인지’를 일본 기자가 묻자, “중국의 사막화 통제와 관리는 수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으며 동북아시아 전체의 대기질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도 정부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핑위진 푸단대학교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펑파이신문과 인터뷰에서 “(황사의)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몽골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자원 과다 채굴로 인한 현지 생태계의 파괴”라며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을 줄이는 것이 우리 생태 안전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일환”이라고 전했다.


■네이멍구·신장·고비사막 발원 2~3일 전 '인정'

하지만 중국은 이번 황사가 지난 9~10일 몽골뿐만 아니라 자국 북부 네이멍구자치구와 신장위구르 서북부 자치구에서 발원했다는 점에 대해선 갑자기 침묵하는 등 태도를 전환하고 있다. 이 황사는 북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시 정부는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지상기상 관측자료와 위성 원격탐지 모니터링 분석을 보면 우리 시에 9일 밤부터 11일 오전까지 황사가 시작되기 1~2일 전에 몽골 남부, (중국) 신장지역 일대, (중국) 네이멍구 지역에서 먼저 나타났다가 점차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확인했다.

이어 “올해 3월 이후 몽골과 중국 북부 지역은 강수량이 적고 기온이 높으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와 식생이 아직 푸르지 않아 광범위한 모래 먼지가 발생하기 쉽다”면서 “공기가 동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강한 바람이 황사를 일으키며 중국 동북지역, 화베이, 서북, 황화이, 장쑤성과 안후이성 일대 등으로 침강해 황사, 모래 날림, 미세먼지 등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허하오터시 정부의 이런 공지의 출처는 시 기상청으로 나와 있다. 또 여기서 언급하는 몽골 남부는 고비 사막으로 이해된다. 이 사막 지대는 몽골 외에도 중국 영토인 네이멍구와 간쑤성을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의 인용해 중국발 황사에 반박한 펑파이신문도 지난 11일자 기사에서 “중국 국가임초국에 따르면 이번 황사는 주로 몽골 남부와 우리나라 네이멍구 중서부 지역에서 기원됐다”고 인정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역시 12일 온라인 판에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최근 한 국내 라디오와 인터뷰를 통해 “고비사막, 내몽고(네이멍구자치구) 고원에서 시작됐다”면서 “어쨌든 황사는 발원 지역의 상태가 가장 중요하게 우리나라 쪽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2년 전에도 같은 태도 "황사는 몽골 것"

중국이 '중국발 황사'라는 표현에 불쾌한 심기를 들어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3월 당시 기준 최악의 황사가 한반도를 덮친 이후에도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환경과 대기 문제는 국경이 없다. 검측 기관에 따르면 이번 황사는 중국 국경 밖에서 시작됐고 중국은 단지 거쳐 가는 곳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올해 황사에 대한 중국의 태도와 같다.

그러나 그때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한국 국립기상과학원은 몽골에서 시작된 황사 바람이 중국 내 고비 사막과 네이멍구 고원을 거쳐 몸침을 크게 불렸고, 한반도에 들어온 황사는 중국 영토 요인이 더 크다고 진단했었다.


영국 방송 BBC는 지난 14일 황사를 집중 조명한 기사에서 "황사는 수백만 명의 북아시아인들이 겪는 계절적 시련"이라며 중국과 몽골 국경에 있는 고비 사막에서 발원해 봄바람을 타고 한반도에 도달하는 황사가 올해는 바다 건너 일본까지 덮쳤다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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