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남은 원자력 발전소 3기 폐쇄…60여년 원전에 마침표
2023.04.16 08:13
수정 : 2023.04.16 08:13기사원문
독일이 15일(이하 현지시간) 남은 원자력 발전소 3기를 폐쇄했다. 60여년에 걸친 원자력 발전시대를 공식 마감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은 이날 엠스란트, 이자르2, 네카르베스타임 등 원전 폐쇄 방침 속에서도 아직 가동 중이던 원전 3기를 이날 폐쇄했다.
그러나 독일이 원전을 중단했지만 에너지 위기와 화석연료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 때문에 여전히 원전에 기대는 나라들도 많다.
60여년 원전 시대 마감
독일은 찬반 양론 속에 결국 원전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독일 환경·소비자보호부 장관이자 녹색당원인 슈테피 렘케는 CNN에 “독일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원자력 발전은 녹색도 아니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렘케 장관은 이어 “독일은 이제 에너지 생산의 새 시대를 연다”고 못박았다.
독일의 강력한 원자력 반대 운동은 1970년대 시작됐다. 이질적인 그룹들이 한데 모여 새 원전 건설 반대에 힘을 합쳤다. 이들은 원자력발전소가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원전 폐쇄, 긴 여정
녹색당은 원전 반대 운동에서 비롯됐다. 지금 독일 연정의 핵심 파트너 가운데 하나다.
대규모 원전 사고도 원전 반대 운동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쓰리마일아일랜드 원자력 발전소 부분 붕괴, 1986년 독일 일부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거대했던 옛 소련, 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이 원전 반대 움직임에 동력을 제공했다.
결국 독일 정부는 2000년 원자력 발전을 점진적으로 줄여 없앤다는 방침을 정했고, 원전 설비 폐쇄도 시작했다.
2009년 앙겔라 메르켈이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 연임을 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전환기에는 적어도 임시방편용으로 원전을 계속 가동한다는 방향으로 궤도를 틀었다.
그러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붕괴 사고가 터졌고 분위기는 달라졌다.
뮌헨공대 환경·기후정책학 교수 미란다 슈로이어스에 따르면 이 때 독일 시민 상당수는 일본의 사상최악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전의 대규모 사고는 일어날 수 없다는 원전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흘 뒤 당시 메르켈 총리는 연설에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재앙이 일본에서 일어났다”면서 이는 전세계의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메르켈은 원전 폐쇄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면서 낡은 원전은 즉시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메르켈은 원전을 찬성했던 물리학자 출신이지만 후쿠시마 사고로 생각을 바꿨다.
우크라이나 전쟁
그렇지만 원전 폐쇄는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독일은 당초 지난해 12월로 예정됐던 엠스란트 등 3개 원전 폐쇄 방침을 일단 연기했고, 일부에서는 폐쇄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독일은 논란 끝에 폐쇄 연기시한을 15일로 못박았고, 결국 이날 독일 원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화석연료가 대체할 것
위험을 이유로 원전을 폐쇄하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당장 기후위기를 완화할 대체수단이 없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샌터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샌터바버라) 기후·에너지정책 교수 레아 스톡스는 “기존의 안전한 원전 반응로들은 계속 유지하면서 동시에 가능한 빨리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무턱대고 원전을 없애면 원전이 떠나 생긴 에너지 공백을 결국 화석연료가 채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일도 다르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생긴 원전 공백을 화석연료 발전이 메웠다.
독일은 이날 폐쇄한 원전 3기가 담당했던 전체 전력의 약 6%를 재생가능에너지와 함께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현재 독일 전체 전력 공급의 30% 이상은 화석연료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심한 석탄에서 나온다.
덴마크·이탈리아 등도 원전 폐쇄
원전을 반대하는 곳은 독일만이 아니다.
덴마크는 1980년대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결의했고, 스위스는 2017년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는 이보다 앞서 이미 1990년 마지막 원전을 폐쇄했다. 오스트리아는 원자력 발전소를 1기 건설했지만 가동한 적도 없다.
영국·프랑스는 원전에 몰입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다른 방향을 택하고 있다.
영국은 최근 기후전략에서 원전이 “확실하고, 저렴하며, 청정한 에너지를 만드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새 원전 건설에 들어갔다.
전체 전력의 약 70%를 원전에서 공급하고 있는 프랑스는 원전 6기를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북유럽 청정국가 핀란드도 지난해 새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했다.
후쿠시마 참사에도 불구하고 일본 역시 원전 재가동을 검토 중이다.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 국가인 미국은 지금도 원전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조지아주에서 새 원전 가동이 시작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