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강력부 설치하라", 검찰 '마약 컨트롤타워' 세우는 한동훈

      2023.04.16 14:30   수정 : 2023.04.16 14: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의 마약범죄 수사 컨트롤타워 복원을 지시했다. 강남 학원가까지 침투하는 등 급속히 퍼진 마약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칭 '마약·강력부'를 대검에 설치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축소된 마약범죄 수사역량을 '정상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검찰이 '마약 청정국 지위 회복'을 내걸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범죄 수사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검찰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동훈 '대검 마약·강력부' 설치 지시
한동훈 장관은 지난 12일 법무부 주례 간부회의에서 "국가 전체 마약·조직범죄 대응 역량을 회복해야 한다"며 대검에 가칭 '마약·강력부' 설치를 지시했다.
특수수사와 마약범죄까지 수사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재편해 마약·강력수사를 전담하는 '마약·강력부'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대검 마약범죄 수사 부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다른 부서와 통폐합되며 기능이 사실상 축소됐다. 대검 강력부는 반부패부와 통합되면서 반부패·강력부로, 대검 강력부 산하에 있던 마약부서와 조직범죄부서는 마약·조직범죄과가 됐다. 조직 통폐합으로 마약범죄 수사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고, 그간 쌓아온 수사 경험과 노하우 전승 역시 연속성을 잃으며 마약범죄 대응 역량 자체가 축소됐다는 게 검찰 인식이다.

한 장관이 '마약 범죄 엄정 대응' 기조를 넘어 대검에 마약범죄 수사 컨트롤 타워 추진을 지시한 것은 최근 일상을 깊숙하게 파고든 마약범죄와 무관치 않다. 강남 학원가를 뒤흔든 '마약 음료 사건'이 대표적이다. 구속된 일당은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학생들에게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대치동 학원가 한복판에서 마약 음료를 건넸다. 일당은 필로폰이 섞인 마약 음료를 마신 피해 학생의 학부모를 상대로 "당신 아이가 마약을 먹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테니 돈을 달라"고 협박 전화를 걸었다. 마약 음료 제조부터 전달, 시음 행사, 협박 전화까지 마약 음료 사건은 가담자들의 철저한 역할 분담 속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강원 원주시 자신의 집에서 우유와 필로폰을 섞은 마약 음료는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통해 시음 행사를 벌인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전달됐다. 아르바이트생이 '집중력 강화 음료'라고 속여 시음 행사를 벌인 뒤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는 중국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하는 중계기 동원까지 이뤄졌다. 그간 일부 범죄집단의 일탈행위로 치부됐던 마약범죄가 언제든 일상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한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약 범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확실하게 일깨워준 사건이라는 것이다.

■덩치 불리는 마약범죄...마약사범·압수물 급증
마약범죄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전년(1만6153명) 대비 13.9% 늘었다. 마약사범으로부터 압수한 대마, 필로폰 등 압수물도 2017년 154.6kg에서 2021년 1295.7kg으로 5년 새 8배로 불었다. 1295.7kg은 대마(0.1g)와 필로폰(0.03g) 최소 1회 투약분으로 따졌을 때 각각 약 1295만명과 43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마약 판매상들이 다크웹·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을 뿌리면서 마약 접근성 자체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마약 투약 사건이 대중에게 빈번하게 노출되면서 마약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졌다는 것도 마약사범의 폭발적 증거의 원인으로 꼽힌다.

마약범죄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검찰은 최근 축소되거나 폐지됐던 마약 수사 관련 조직을 차례로 복원하고 있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2021년 사라졌던 다크웹 수사팀을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과 인천·부산지검에 각각 다시 설치했다. 이들은 4개월여 만에 빌라촌 등 주거밀집 지역에서 대마를 재배하던 일당을 적발하는 등 성과도 냈다. 일당은 재배한 대마를 판매하기 위해 텔레그램에 낸 광고로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주거밀집 지역 한복판에서 중고가만 500만원에 달하는 유압기, 동결건조기 등 '대마 공장'을 만들어 놓고, 대마를 재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감시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두고, 새벽에 번갈아 가며 보초를 서며 대마 냄새를 빼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다크웹 수사팀은 김해 아파트에서 대마 재배용 텐트를 만들어 키운 대마를 일명 '던지기' 방식으로 판매한 일당도 잡아냈다.

■마약 수사 부서 '인사 홀대' 내부 인식 바뀔까
검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홀대' 받았던 마약범죄수사부서에 대한 검찰 내부 인식이 바뀔지 주목된다. 마약범죄는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다른 강력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수사환경은 거친 데 영전과는 멀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한다. 마약 수사는 돌발상황이 많다.
운반자가 위험한 방식으로 몸에 숨겨 들어오거나 적발된 피의자에게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책임질 일이 많아 부담감이 상당한 데, 인사 혜택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마약수사부 경험이 있는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험한 수사 환경에서 수사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조직 내부에서 가고 싶은 부서로 만들려면 인사혜택 등의 유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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