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무명 생활 끝...이주미,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서 생애 첫 트로피 들었다

      2023.04.16 16:46   수정 : 2023.04.16 16: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직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도 어색했다. 목소리도 가느다랗게 떨려왔다. 하지만 이주미는 이내 밝은 미소로 자신에게 주어진 최고의 영광을 만끽했다.



이주미가 무려 148번째 도전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주미는 16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파72·665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치며 스코어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고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이주미는 10언더파 278타로 대회를 마친 2위 박현경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 2015년 KLPGA 정규 투어에 데뷔한 이주미는 이 대회 전까지 정규 투어 147개 대회에 나와 2021년 7월 대보 하우스디오픈 5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 정도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시즌 상금 순위 58위(1억4546만원)에 올라 60위까지인 올해 정규 투어 출전권을 아슬아슬하게 지킨 이주미는 이번 대회 2라운드 후 인터뷰에서 "작년 하반기에 시드 걱정이 많아 힘들었다"며 "올해는 상반기에 좋은 성적을 내서 시드 걱정 없이 경기하고 싶다"는 염원을 밝혔다.

사실 이번 대회 시작 전 우승은 박지영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였다. 2라운드까지 이주미가 선두를 달리기는 했지만 깜짝 돌풍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3라운드는 '디펜딩 챔피언' 박지영이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거기에 공동 2위에 투어 강자인 박민지, 박현경이 포진해 이주미의 역전 우승은 그리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주미는 13번 홀(파4) 버디에 이어 17, 18번 홀 연속 버디로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이주미는 경기 종료 후 방송 인터뷰에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 우승하면 많이 울 줄 알았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난다"며 "16번 홀에서 스코어를 봤는데 갑자기 너무 떨리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제 최고 성적인 5위 안에만 들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이렇게 우승까지 했다"며 "올해 1승을 더 노려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민별, 박민지, 김수지, 이가영, 전예성은 나란히 9언더파 279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148번째 대회에서 정규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은 KLPGA 투어에서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 정도로 이주미의 무명생활은 길었다. 안송이가 2019년 11월 237번째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둔 것이 최장 기록이고 그 뒤를 이어 박소연(2019년 5월 167개 대회), 윤채영(2014년 7월 157개 대회)이 2, 3위 기록 보유자다.
이날 이주미가 받은 상금 1억8000만원은 지난해 1년 내내 번 상금 1억5546만원보다 더 많은 액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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