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지 않았다"...500일간 지하동굴서 홀로 버틴 50대 女
2023.04.17 06:09
수정 : 2023.04.17 06: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500일 동안 지하 동굴에서 홀로 버틴 50대 여성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1월20일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있는 지하 70m 동굴로 내려간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는 500일 만인 이날 지상으로 올라왔다.
보도에 따르면 플라미니는 헬멧 라이트 등 약간의 빛과 책, 종이와 연필, 뜨개질감을 제외한 그 어떤 문명과 접촉 없이 지하 동굴에서 500일간 혼자 생활했다.
스페인 알메리아, 그라나다, 무르시아 대학 소속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플라미니를 추적하며 극도의 고립 속에 인간 신체와 정신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진은 특별 제작된 메시징 기술로 플라미니의 상태를 종종 확인했고, 플라미니에게는 주기적으로 식재료를 배달했지만 대화를 이어가지는 않았다.
동굴에서 나온 플라미니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나 자신과 아주 잘 지냈다"면서 "힘든 순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굴에서 60권에 달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뜨개질을 하는 등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플라미니는 "500일 동안 동굴에서 홀로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지금 닥친 그 순간을 사는 것"이라며 "잡생각 없이 한 행위에 전념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플라미니는 동굴 생활을 이어갈 당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파리가 몰려들었을 때를 꼽았다. 그는 "파리가 들어와서 애벌레를 낳았는데, 내버려 뒀더니 파리가 내 온몸을 뒤덮게 됐다"며 "복잡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건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샤워를 못 했지만 나는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라며 "500일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플라미니는 65일째부터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감을 잃었으며,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160∼170일 정도 지났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험이 끝나고 연구팀이 플라미니를 데리러 왔을 때 "사실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주요 매체들은 "인간이 홀로 동굴에서 보낸 최장 기록으로 보고 있으나 기네스 세계기록에 이 같은 항목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플라미니의 도전은 향후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