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 점령 당한 울산.. 태풍 뒤 국내 최대 '갓' 군락

      2023.04.17 14:39   수정 : 2023.04.17 14: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유채꽃이 아니에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방문객들이 하나같이 놀라며 하는 말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휘돌아 나가는 태화강변에는 4월 들어 노란 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모두 야생 갓에서 피어난 갓꽃이다.



유채꽃과 닮아서 오해를 사고 있지만 이제는 유채꽃에 뒤지지 않는 대표적인 봄꽃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울산의 야생 갓(Brassica juncea)은 갓김치를 담는 그 갓이다.
양귀비목 겨자과에 속하는 두 해 살이 풀로 '얼청갓' 또는 '홍갓'이라 불린다. 다만 울산의 갓은 전남 여수시 돌산 등에서 재배 중인 청색갓과는 다른 우리나라 고유의 야생종이다.


지난 2016년 엄청난 수해를 입힌 태풍 ‘차바’가 울산을 휩쓸고 간 뒤 이듬해부터 태화강변에 군락을 이뤘다. 이후 차츰 군락지가 늘어나 현재는 도시 전역을 뒤덮고 있다.

태화강 전 수역은 물론 동천, 척과천, 여천천, 회야강 등 울산지역 대부분의 하천과 지천을 점령했다. 최근 들어서는 저수지와 가까운 주택가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한동안 봄맞이 관광 상품으로 태화강 둔치 등에 씨를 뿌려 재배해 해온 유채꽃이 울산에서 거의 사라진 것도 자연 번식하는 갓꽃 때문이다. 울산시 측은 야생 갓 군락지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지난 2021년부터 야생 갓 알리기를 시작했다. 울산시와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는 매년 4월 꽃이 피면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를 잇는 징검다리 부근에서 생태관찰장과 포토존을 운영하고 있다. 갓꽃과 유채꽃의 모양 비교와 구별법 등을 가르쳐 준다. 꽃과 잎의 크기, 모양, 색깔 등을 설명하지만 일반인이 이를 정확히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야생 갓은 5월까지 꽃이 피고 이후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시민들에게 갓잎을 제공하고 있다. 쌈 채소와 김치 재료로 이용된다. 동의보감에도 갓의 모양새와 매운 맛, 다양한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 같은 대규모 야생갓 군락은 태풍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지만 지금은 친환경 생태도시인 울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물 같은 존재가 됐다”라고 말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순천만 국가정원과 달리 태화강 퇴적 지형에 자리 잡은 자연 생태 정원이다.
장관을 이루는 십리대숲과 철새, 다양한 어류가 어우러진 자연 그대로의 사계절 정원으로 가치를 뽐내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