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사망자 나올 수 있다…고위험군 감염자 치료 시급"
2023.04.20 05:10
수정 : 2023.04.20 09:28기사원문
(서울=뉴스1) 음상준 보건의료전문기자 = 엠폭스(MPOX·원숭이두창)에 감염돼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엠폭스에 대한 공포감이 커질 수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확진자가 성소수자인 엠폭스 특성상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내 치료해야 사망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엠폭스 치사율은 (국내에서) 굉장히 낮을 것이지만,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의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성소수자는 건강상 취약성이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나, 어린이, 미숙아 등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도 드물지만 엠폭스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감염자의 사생활을 체계적으로 보호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자진 신고가 많아질 것"이라며 "낙인효과를 없애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치료를 받지 못하는 면역 감소자의 경우 사망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엠폭스는 아프리카에서 치명률이 최대 8%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질병관리청은 "호흡기 감염병과 달리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인구에서 전파 위험도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에 따르면 중앙아프리카 엠폭스 유전형 사망률은 10.6%이며, 서아프리카 유전형은 4.6%이다. 이는 2022년 유행 전까지 자료인데, 서아프리카 유전형을 유럽과 미국(감염자)에 포함했을 때는 3.6% 수준이다.
결괏값에 따라 모든 국가를 합쳐보면 치명률이 8.7%가 된다. 이는 중앙아프리카 유전형이 압도적으로 사망자 숫자가 많아 가중 효과가 발생해서다. 하지만 비풍토 지역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치명률이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엠폭스 감염자가 면역력이 약한 가족 또는 지인에게 전파할 경우 예고 없이 사망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에이즈 감염자가 엠폭스에 걸리면 위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엠폭스에 걸리면 발열과 두통, 오한, 몸 또는 손에 수두와 유사한 수포성 발진이 생긴다. 증상은 2∼4주일 동안 지속되며, 대부분 자연 회복한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은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조기진단을 위해 엠폭스 고위험군에 대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이들이 사전에 신고하고 검사를 받아야 중증으로 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국내에 엠폭스 대응을 위한 백신(JYNNEOSTM) 5000명분을 도입했고, 의료진은 사전접종을 마쳤다. 고위험 접촉자는 노출 후 14일 이내, 중위험 접촉자는 노출 후 4일 이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당국은 지난해 7월 엠폭스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테코비리마트) 504명분, 1008병을 도입해 국립중앙의료원과 17개 시도에 공급했다.
향후 엠폭스 치명률 관리 및 사망자 발생을 예방하려면 역학조사를 강화하고, 수도권 관리도 필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코로나19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19일 기준으로 코로나 누적 확진자 3102만5769명 중 수도권 발생자는 1623만6602명(52.3%)으로 과반이었다.
이런 사례를 비춰볼 때 엠폭스도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감염원을 찾아내 고위험군의 입원치료가 이뤄져야 사망 사고를 예방한다.
감염자들이 낙인효과를 우려해 자진 신고를 꺼리는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낙인효과는 사람들이 특정 대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그 평가가 객관적인 근거 없이도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감염자가 특정 집단에 편중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염자에 대한 편견이 없도록 당국의 배려와 관심, 사회적 분위기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