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사방이 ‘분홍’ 비슬산 꽃길… 무침회·뭉티기 ‘대구 10味’도
2023.04.21 04:00
수정 : 2023.04.29 17:23기사원문
【대구=정순민 기자】 대구에 뭐 볼게 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 대구 남쪽 비슬산에 가면 멋들어지게 핀 진분홍빛 참꽃(진달래)이 등산객을 반기고 연탄불에 구운 쫄깃한 막창이 익어가는 안지랑 곱창골목에선 맛있는 냄새가 식도락가를 유혹한다. 또 대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앞산전망대와 사진 명소로 이름난 화산산성 풍차전망대에 가면 나도 모르게 흥이 절로 난다.
■대구의 멋, 비슬산 참꽃군락지를 가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일대에 들어앉은 비슬산(해발 1084m)은 신선이 악기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자를 써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부른다. 높이에 비해 산세가 장중하고, 최고봉인 대견봉과 조화봉, 관기봉 사이에는 341ha에 달하는 비슬산자연휴양림이 있어 삼림욕과 휴식을 즐기기에 좋다. 또 비슬산 이곳저곳에는 코끼리바위, 형제바위 등 이름난 바위와 유가사, 용연사, 대견사 등 유명 사찰이 있어 볼거리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 봄, 비슬산의 주인공은 참꽃이다. 비슬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온통 붉게 물들인 참꽃은 진달래과의 낙엽관목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진달래꽃이다. 비슬산 참꽃은 통상 4월 초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데,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개화 시기가 늦어져 4월 말~5월 초까지도 꽃을 볼 수 있다.
참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정상부까지는 꽤 먼 거리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참꽃군락지까지 걸어갈 경우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2시간 가까이 소요되지만, 비슬산자연휴양림에서 참꽃군락지까지 가는 투어버스를 이용하면 20분만에 오를 수 있다. 평일에는 오후 5시30분, 주말에는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참꽃이 절정을 이루는 오는 5월 7일까지는 요금을 받지 않는다.
■한국 고유의 멋, 인흥마을과 한밤마을
예스런 정취가 일품인 달성 인흥마을과 군위 한밤마을은 대구의 또 다른 멋을 보여준다. 대구시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대구·경북권 내 산재해 있는 신라·가야·유교 등 3대 역사문화자원과 낙동강·백두대간 등 생태자원을 융합해 관광상품화하는 '삼삼한 여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두 곳은 세번째 테마인 '유교'에 맞닿아 있는 곳이다.
고즈넉한 한옥 풍경이 인상적인 인흥마을은 대구에서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이름이 나있다. 문익점 선생의 후손들이 19세기 초부터 터를 잡아 세거지(世居地)를 이룬 이곳에는 70여채의 전통 한옥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어 멋스럽다. 그중 문중 자제들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 쓰였던 광거당(廣居堂)과 손님용 별채였던 수봉정사(壽峰精舍), 일종의 문중 서고인 인수문고(仁壽文庫) 등이 볼만하다. 또 고택 사이사이에 조성된 목화밭과 그 앞에 세워진 문익점 선생의 동상도 눈길을 끈다.
대구 팔공산 북쪽 기슭에 있는 한밤마을(군위군 부계면)은 돌담길이 매력적인 곳이다. 집집마다 야트막하게 둘러져 있는 돌담은 흡사 제주도를 연상시킨다. 이 지역에서 채집된 강돌로 자연스럽게 축조된 돌담은 주변의 정자, 전통 가옥 등과 조화를 이뤄 매우 예스런 골목길의 정취를 자아낸다. 이 돌담길을 천천히 걸으며 시간의 흐름을 몸소 느껴보는 것도 좋다.
한밤마을 돌담길 걷기는 한밤마을 주차장을 출발해 성안숲과 대율초교 입구를 지나 대율리 석불입상, 한밤마을 돌담길 순으로 이어진다. 약 10리쯤 되는 이 길을 걷는데 대략 2시간에서 2시간반쯤 걸린다.
■대구 앞산전망대와 군위 풍차전망대
대구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앞산전망대가 오랜 세월 시민들의 쉼터가 돼 왔던 곳이라면, 대구 북쪽 군위 삼국유사면에 있는 풍차전망대와 하늘전망대는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여행지다.
이곳은 해발 800m의 화산(華山) 정상에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청정지역으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군위댐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차전망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비탈 아래 고랭지 밭과 마을 전경이 내다보이는 하늘전망대가 볼거리다. 무엇보다 화산마을에서 내려다 보이는 주변 경관과 일출, 새벽하늘 별빛이 여행의 흥을 돋운다.
마을 아래쪽에는 화산산성이 있는데 조선 숙종 35년(1709년) 병마절도사 윤숙이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은 산성이다. 흥예문에서 수구문에 이르는 거리 200m, 높이 4m의 성벽을 구축하던 중 심한 흉년으로 완공을 하지 못한 채 남아있다.
대구에 왔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앞산공원과 전망대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앞산전망대는 도심 속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대구의 오랜 명소다. 남구 대명동 빨래터공원 내 위치한 전망대는 높이 13m의 원형 전망타워와 288m 진입경사로로 구성돼 있다. 노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산책로를 걸을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대구의 맛, 대구10味를 아시나요?
앞산전망대 바로 아래쪽에 대구의 대표적 음식거리인 안지랑 곱창골목이 있다. 곱창은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의 하나다. 이곳에서는 연탄불에 직접 구운 쫄깃한 곱창과 막창이 인기다. 안지랑 곱창골목엔 60여곳의 곱창집이 500m 골목을 따라 양쪽으로 쭉 들어서 있는데, 똑같은 간판 불빛 그 자체도 볼거리다. 처음엔 서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휴식처로 인기를 얻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젊음의 거리로 발전했다. 인근의 앞산카페거리와 함께 둘러보면 좋다.
이밖에도 대구에는 의외로 맛있는 먹거리가 많다. 대구시가 선정한 '대구 10미(味)'에는 막창·곱창구이 외에도 뭉티기, 납작만두, 무침회, 따로국밥, 동인동 찜갈비, 논메기 매운탕, 복어불고기, 누른국수, 야끼우동 등이 있다. 뭉티기는 소고기를 뭉텅뭉텅 썰어 참기름, 마늘, 고춧가루 등을 섞은 양념에 찍어 먹는 생소고기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다. 또 대구를 대표하는 납작만두는 얇은 만두피에 당면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 물에 한번 삶은 다음 구워 간장을 뿌려 먹는 특이한 형태의 만두로, 당면·부추·당근·양배추·파 등을 아주 조금만 넣는 것이 특징이다. 싱싱한 활어회를 먹기 어려웠던 대구에서 독특한 형태로 개발된 무침회도 여행객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