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왜 안 자".. 9개월 아기 질식사시킨 원장, 살인은 아니다?

      2023.04.21 06:58   수정 : 2023.04.21 06: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9개월 된 원아를 눕혀 이불로 덮은 뒤 몸으로 눌러 질식해 숨지게 한 60대 어린이집 원장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5부(이정재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을 함께 명령했다.



다만 재판부는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판결했다. 살해 의사가 있었다면 다른 보육교사가 있고 녹화가 되는 상황에서 범행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으며, 피해 아동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뒤 곧바로 119에 신고하게 했다는 점을 들어 확정적 고의나 죽어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을 억지로 재우기 위해 원장으로서 해선 안 될 학대 행위를 수십 회 걸쳐 계속 반복했고, 결국 아동이 사망에 이르게 돼 그 결과가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도 "검찰의 증거만으로 아동을 재우기 위해 죽여야겠다는 확정적 고의나 죽어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의 행위는 보육 시설 종사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는 것으로, 학부모로 하여금 불안에 떨게 하고 보육종사자들의 자긍심을 떨어뜨리게 했다"며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가 없었고, 피해 아동 측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국민 법 감정과 아동 종사자의 경각심 고취 차원을 위해서라도 법정 최상한으로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 아동인 천동민 군의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재판을 지켜보던 어머니 보티 늉씨(26)는 선고 직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나섰고, 결국 법원 건물 현관 앞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천 군 아버지 천안동씨(33)는 "14분이나 아이 몸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이게 살인이 아니라는 판결은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하며 "징역 19년형도 너무 가볍다.
베트남에선 아동학대로 아이가 죽으면 사형이 선고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반성한다고 하지만 단 한 번도 우리에게 사과한 적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10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천 군을 엎드린 자세로 눕힌 뒤 이불로 머리까지 덮고 쿠션을 올린 뒤 자신의 상반신으로 천 군을 14분간 압박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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