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유튜버도 '전세 사기'.."평범한 할머니인줄 알았는데 등기부는 화려해"
2023.04.21 07:30
수정 : 2023.04.21 07:30기사원문
포메라니안 루디와 퐁키를 키우는 반려견 채널 '루퐁이네'를 운영하는 유튜버 A씨는 지난 19일 자신의 채널에 '전세사기를 당했어요ㅜㅜ 루퐁이와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4년 전 전세로 입주한 집에서 전세 사기를 당했다"라고 밝혔다.
A씨는 "이사 간다는 이야기를 작년부터 했었는데 대체 언제 가냐, 궁금해하고 기대하신 분들이 많았다"라며 "사실 전세 사기를 당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4년 전 야외 베란다가 있는 빌라에 들어왔다. 전원주택을 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아파트에만 살다가 주택은 적응이 힘들까 봐 야외베란다가 있는 빌라로 오게 됐다. 2년만 살고 이사를 할 요량으로 전세 계약을 했다"라며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에서 '집주인이 사기로 교도소에 있다. 피해자 조사받으러 와라'라는 전화가 왔다. 보이스 피싱인 줄 알았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계약 기간 중 집주인이 바뀌긴 했는데 바뀐 집주인은 연락도 잘 됐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자식들이 준 용돈 봉투, 손주가 그려준 그림, 가족들과 파티하고 여행 간 사진들을 올리는 평범한 할머니였다"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는데 서울·경기 세금 체납 압류, 가압류, 근저당 설정까지 기록이 화려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도 얼마든지 사기를 칠 수 있는데 왜 생각을 못 했을까"라며 "우리 집을 보시고 빌라로 이사하셨다는 분들 계셨는데 너무 걱정된다. 전세로 계약하셨다면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라"라고 조언했다. 이어 "보증 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도 당할 수 있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정상적인 집주인과 계약했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 운이 좋아야 안 당하는 시스템"이라며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응원했다.
한편 A씨의 전세 사기 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는 현재 해당 빌라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진행 중인 상태다.
A씨는 "많은 사람이 전세 계약금이 전 재산인 경우가 많고, 금액을 떠나 피해자의 삶이 완전히 망가진다"라며 "저 역시도 그동안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원래 안 좋던 심장이 더 안 좋아졌다. 건강검진 결과 이상 없는데 이런 증상들은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일단 이 집은 그대로 두고 우리 가족만 이사하기로 했다. 할아버지께서 우리 가족 사기당해 길에 나앉을까 봐 걱정하셨는지 땅을 빌려주셨다"라며 "그동안 미뤄왔던 공사를 다시 진행한다"라고 알렸다.
한편 루퐁이네의 경우처럼 '전세 기간 중 집주인이 바뀌는 사례'는 대표적인 전세 사기의 징후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2월부터 '임대인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경우, 매매계약 체결 이전에 해당 사실을 임차인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특약을 임대차계약서 양식에 추가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