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장기 표류...불발 땐 나라빚·대외신인도 부담
2023.04.23 16:38
수정 : 2023.04.23 16: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재정준칙 4월 국회 처리가 물건너 가면서 31개월째 장기표류하면서 나라 빚이 급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유류세 인하 단계적 축소 등 세금감면 혜택을 줄이려 했지만 서민부담 완화를 위해 인하조치를 연장하면서 재정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중에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기관들이 한국 올해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하향하고 있어, 재정 안전판이 갖춰지지 않은 우리 국가부실과 대외신인도 악화 우려가 커졌다.
■국가채무 지속 증가세
23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재정준칙 법제화가 5월 국회로 지연되면서 국가재정과 대외신인도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추산한 국가채무는 2022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 2022년말 1068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66조원이 늘어나 113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1년 46.9%에서 2022년 49.7%로 상승했다. 2023년은 49.8%에 이어 2024년 50.6%로 처음으로 50%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7월 2.1%에서 이달 1.5%로 4차례 연속 하향하는 등 재정부담과 대외신인도 악화 우려가 불가피해졌다.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부진에 빠지면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41개 선진국 그룹의 성장률은 지난 1월 1.2%에서 1.3%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해 우리나라의 부진이 더 두드러졌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성격의 재정지출 확대 우려가 커져 어느때 보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야는 학계에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우려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먼저 기재위 소위에서 처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대해 대통령실과 정부는 재정준칙 법제화 관련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수립 이후 70년간 쌓인 채무가 약 600조원이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무려 400조 원이 늘어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관련 법 통과를 촉구했다.
■5월 처리도 여야 정치력에 달려
5월 국회도 재정준칙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5명은 9일간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재정준칙 상황을 살펴보고 이번주 돌아와 재정준칙을 추후 논의할 전망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재정준칙과 '사회적경제법'을 함께 처리하자고 주장해 법안 처리가 쉽지 않다.사회적경제법은 정부가 구매하는 재화·서비스의 최고 10%를 사회적 기업 등에서 구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과 기획재정부는 사회적경제법에 대해 '운동권 지대(地代) 추구법'이라고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운동권 세력의 힘을 키워줄 우려가 큰 법안이라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사회적경제법 처리를 오랫동안 요구했지만 여당과 정부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에따라 여야가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재정준칙 관련 법안 5월 통과는 안갯속이다.
이같은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지 않을 경우 내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하고 국회가 총선용 포퓰리즘 예산을 대거 포함시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세수결손 우려에도 이달 말 종료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조치를 8월 31일까지 연장했다. 지난해 인하조치로 인해 줄어든 세수는 5조5000억원에 달했는데 올해도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든 수준의 세수부족이 지속될 전망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