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마케팅’으로 ‘강간면허증’ 휘두르다 브라질로 도피한 ‘나무꾼 선생’…그 실태는?
2023.04.23 12:35
수정 : 2023.04.23 12: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다양한 이름을 가진 사이비 종교 ‘돌나라’(십계석국총회, 돌나라 한농복구회, 돌나라 통상, 지비루트)의 잔혹한 행태를 범죄다큐스릴러 ‘블랙2: 영혼파괴자들’이 파헤쳤다.
23일 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2: 영혼파괴자들’에 따르면 지난 22일 방송된 ‘블랙2’는 1990년대 한국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모두가 잠든 시간, 여러 사람이 가족 단위로 황급히 짐을 싸서 도망치는 행렬이 이어졌다.
5000여명 가까이 되는 ‘피난민’들은 한 사이비 종교 교주의 예언을 따라 ‘전쟁’을 피해 지방으로 도망쳤다. 당시 종교 비리 사건들이 만연했던 가운데, 무소유의 삶을 사는 ‘나무꾼 선생’이라고 불린 교주 박명호는 청렴함으로 신도들의 믿음을 샀다. 또한, 박명호를 만나면 기적처럼 병이 치유된다는 이야기는 그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지난 1994년 당시 김일성의 사망으로 남북한 상황도 긴장 상태였고,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 재난 사고들이 겹쳐 ‘종말론’이 힘을 얻었다. 박명호는 이에 대해 “세상이 흉흉한 것은 종말이 다가오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을 현혹해 피난처로 도망오게 했다. 신도들에게 교주는 피난처에 ‘마을을 세울 돈’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전 재산 헌납을 강요하며 본색을 드러냈다.
피난처로 들어선 사람들은 농장을 만들어 수익금을 공동재산으로 헌납했다. 의심을 피하고자 농촌을 살리는 유기농 농산물 전문이라는 ‘돌나라 한농복구회’도 설립했다. ‘돌나라 한농복구회’는 겉으로는 정치인들로부터 상까지 받을 정도로 농촌 살리기에 열심이었다.
내부에서는 십계명을 돌처럼 단단히 지킨다는 뜻의 ‘십계석국총회’라는 이름을 사용해 결속을 다졌다. 신도들은 ‘나만 구원받았다’는 심리에 지배당했다. 친인척들이 죽을까 봐 잠도 못 자며 “합류하라”고 설득할 정도로 불안 속에서 전도를 하고 다녔다.
불안은 신도들의 의존성을 높였다. 박명호는 어느 날 “나는 보혜사, 성령 하나님”이라는 설교를 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박명호는 신의 ‘스피커’, ‘대리인’, 나아가서는 ‘신 그 자체’로 행세하며 신도들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기에 이른다.
박명호는 이어 2000년대에 ‘창기십자가’라는 교리를 실질적 ‘강간면허증’으로 앞세우며 ‘인류 구원과 번성을 위해’ 여성 신도들을 성 착취하기에 이른다. 신도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피난 당시 아이였던 이들을 ‘돌나라 2세’로 부르며 자체 기숙학교에서 교육했다.
기숙학교에서는 박명호의 설교만을 배우는 데 집중했다. 수학도 사칙연산 수준만 가르친 뒤 나머지 시간은 노동으로 채웠다. 아이들은 생식을 먹으며 엄격한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살이 터질 정도로 매질을 당해야 했다. 이는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박명호가 손주를 보기 전까진 ‘임신 금지’ 교리가 적용돼 남성 신도들에게는 정관수술을 강요했다.
2000년대초 박명호와 여신도들의 충격적인 침실 CCTV가 공개되면서 여성 피해자들이 고소를 시작했다. 이윽고 외부에서도 압박이 가해졌다. 박명호는 ‘브라질’을 제2의 ‘새천국’으로 지정했다. 신도들은 무리한 대출을 통해 브라질 개척자금을 충당했고, 해외농업개방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정부 대출까지 받았다. 박명호는 이를 바탕으로 ‘돌나라 통상’과 ‘지비루트’를 설립해 브라질 땅에 곡류, 과실류, 축산업까지 하는 여의도 면적 40배가 넘는 거대 농장을 지었다.
한 신도가 브라질에서 암으로 사망하자 박명호는 부활 기도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신도들의 미숙함 탓으로 돌리며 그들에게 죄책감을 심었다. 또 한국과 똑같이 돌나라 2세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은 채, ‘창기십자가’ 교리를 노래로 세뇌했다.
영상 속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성관계를 은유하는 저속한 내용의 노래로 교주를 ‘여보, 낭군, 내 남편’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박명호는 자연스럽게 아이들 자신을 ‘교주의 소유’라고 인지시키고 있었다.
돌나라는 지금도 홈페이지를 통해 생산품들을 버젓이 팔고 있다. 또 블로그를 통해 ‘브라질의 행복한 삶’을 홍보하며 ‘인터넷 전쟁, 번개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교단 내 ‘댓글부대’를 동원해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