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파월 입’만 본다… 1년 넘게 달려온 美 금리인상 멈추나

      2023.04.24 18:24   수정 : 2023.04.24 18:24기사원문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로부터는 그렇지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8월 금리 0.25%p 인상을 결정한 이후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독립기관의 수장으로 정부의 요청 또는 지시는 받지 않겠지만 미 중앙은행인 연준의 방향성은 따르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물론 동학개미, 서학개미의 시선이 오는 5월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준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례회의로 향하고 있다.
그날 연준의 한마디에 최근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방향성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나라 한국은행은 물론 유럽연합(EU)의 유럽중앙은행(ECB), 중국 인민은행 등 세계 주요국가들의 중앙은행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아닌 세계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줄임말인 연준(Federal Reserve)은 미국 12개 연방준비은행을 관리총괄하는 중앙은행이다. Federal Reserve Bank(FRB), Federal Reserve System(FRS) 등으로도 불리지만 공식적으로는 'The Fed'로 표현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으로 구성된다. 12개 연방준비은행은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클리브랜드, 리치먼드, 애틀랜타,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미니애폴리스, 캔자스시티, 댈러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다.

연준의 가장 큰 힘은 금리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투자가 빠져나갈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중국처럼 연준과 방향성을 달리하는 국가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1918년 제정된 연방준비법에 의해 발족됐다. 처음에는 연방준비국이라고 하였으나 1935년 은행법에 의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로 개칭됐다. 이사회는 의장 이하 7인의 이사진으로 구성되며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의 승인절차를 거친다.

24일 현재 이사회 이사진은 제롬 파월 의장과 리처드 H 클래리다 부의장, 레이얼 브레이너드, 랜들 K 콰를스, 크리스토퍼 J 월러, 미셸 W 보우먼 등으로 구성됐다. 원래는 7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되지만 현재는 한 자리가 공석이다.

대통령은 이사 가운데 이사회 의장과 부의장을 임명한다. 이사의 임기는 14년이며, 이사회 의장과 부의장의 임기는 4년이다.

FRB의 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금리결정 등 통화정책 권한도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행사한다. FRB 의장은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금융정책에 관한 한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사회의 주요 임무는 신용상태의 규제와 연방준비은행에 대한 감독으로 연 8회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개최한다. FRB는 재할인율(중앙은행·시중은행 간 여신 금리) 등 금리 결정, 재무부 채권 매입과 발행(공개시장 활동), 지급준비율 결정 등의 권한을 가진다. FRB는 각 지역은행장들이 주요 기업가 ·이코노미스트·시장전문가 등의 경제상황 의견을 종합해 작성하는, 이른바 '베이지 북(Beige Book)'을 1년에 8차례 발행하기도 한다.

■6주마다 관심 집중 FOMC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기관은 FOMC다. 6주마다 진행되는 FOMC 정례회의가 끝나고 미국의 연방기준금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FOMC의 연방기준금리 결정은 바로 미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전 세계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FOMC는 긴급한 현안이 있을 경우에는 회의를 할 수도 있지만 정기적으로는 평균 6주에 회의를 진행한다. 연초에는 1월 31일~2월 1일 진행했고 3월에는 14~15일 정례회의를 열었다. 1월에는 예상대로 0.25%p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3월에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동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무시하고 역시 0.25%p 금리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5월 2~3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도 0.25%p 인상 가능성을 89.1%로 보고 있다. 동결을 전망하고 있는 비율은 10%를 겨우 웃돌아 사실상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 연방기준금리는 5.00%~5.25%로 높아지게 된다. 지난해 3월 인상을 시작한 이후 10차례나 금리인상이 단행되는 것이다.

FOMC에 참석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이사 7명,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그리고 여러 부서의 국장과 부국장 등이 참석한다.

그러나 투표권 행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이사 7명과 5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행사한다.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번갈아하면서 투표를 하지만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매번 투표를 한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특별대우해주는 이유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오더를 내리면 실제로 그 오더를 실행하는 곳이 뉴욕연방준비은행이기 때문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빼면 4장의 투표권만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FOMC 회의가 또 관심을 끄는 것은 점도표 때문이다. 점도표는 FOMC 구성원들의 경제 전망과 이에 따른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그래프다. 회의 이틀째 오후 2시에 공개된다.

점도표가 관심을 끄는 것은 각 FOMC 구성원이 예상하는 미래 경제지표와 그에 따른 금리 인상 또는 인하 시나리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점도표는 전반적인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향후 금리 인상이나 인하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을 대변하는 중요한 지표다.

올해 남은 FOMC 정례회의는 6월 13~14일, 7월 25~26일, 9월 5~6일, 10월 24~25일, 12월 12~13일이다.

■연준도 정책 실패한다?

연준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연준이 이를 무시하고 금리인상 시기를 늦췄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늦어진 만큼 급한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현재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실제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9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 0~0.25%이던 연방 기준금리를 4.75~5.00%로 끌어올렸다. 인상이 확실시되는 5월을 포함하면 10차례나 인상이 단행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6월 FOMC 정례회의부터는 4차례 연속 0.75%p를 인상하기도 했다.

판단 실패에 따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5년에는 12월부터 인상을 시작, 2018년 12월까지 9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이에 0~0.25%로 제로금리 수준이던 연방 기준금리가 2018년에는 2.25~2.50%까지 상승했다. 그 이전인 지난 2004년부터는 2년간 기준금리를 4.25%p나 끌어올렸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인 4%p를 한번에 올렸던 적이 있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1979년에 기준금리를 4.00%p 인상해 15.5%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래도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자 연준은 1981년에는 기준금리를 20.00%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금리인상 마지막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의 끝을 두고는 여전히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시장과 정부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월가에서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 정부에서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추가 금리인상 주장론자는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겸 CEO다. 이들은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시장의 '백일몽'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고금리 지속 전망을 내놨다.

특히 다이먼 CEO는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르고, 이렇게 오른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과 고금리 연장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는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핑크 CEO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더 끈끈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준은 아마도 계속해서 0.5%p, 어쩌면 0.75%p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붕괴 사태가 은행들의 대출 강화로 이어져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은행들의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대출이 엄격해지면 마치 금리인상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불필요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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