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콩 투사' 함정희 대표가 부도위기 몰린 이유?

      2023.04.25 08:03   수정 : 2023.04.25 09: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국산 콩 연구로 노벨상 후보까지 오른 함정희(70) 대표가 도산 위기에 몰렸다.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대중에 소개하기 위해 전주한옥마을에 열었던 식당이 문을 닫으며 시작된 경영난이 결국 생산공장까지 경매에 넘어가게 만들었다.

지난 21일 만난 함 대표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동안 국산 콩을 고집하며 겪어야 했던 어려움에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였다. 수입산 콩을 사용하지 않으며 높아진 단가로 대형마트 납품을 포기해야 했을 때도, 국산 콩을 고수하는 함 대표를 나무라는 남편의 핀잔에도, 생업을 이어가며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하던 시기에도 그는 타인 앞에서 항상 웃음을 보였다.


좋은 재료로 좋은 음식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콩의 꽃말인 '언젠가 올 행복'이 있었기에 여러 풍파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그런 그도 생활의 근간인 공장이 경매로 넘어가자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의 인생 역경 시작은 지난 2000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시청에서 진행한 안학수 고려대 농학박사의 특강을 들은 뒤부터다. 이전까지 수입 콩을 이용해 두부를 생산해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지만 강의를 들은 뒤 '좋은 먹거리'가 우선이라는 가치관을 갖게 되면서 경영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함씨네토종콩식품은 유기농 콩을 사용해 두부와 청국장 환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2001년 전주 팔복동에 문을 열었다.

함 대표는 지난 2021년 원광대에서 '한국인의 건강관점에서 콩의 영양, 기원 및 유전자원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60대를 넘긴 늦은 나이였지만 국산 콩에 대한 열정 덕분에 박사학위까지 받을 수 있었다.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큰 힘은 먹는 것에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오랜 연구 끝에 '쥐눈이콩 마늘 청국장 환'을 만들었고, 새로운 가공 방식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20여년 모진 세월을 견디며 '옳은 식품'에 몰두한 결과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표창(2008), 대통령상(2010), 경찰대 감사장 수상(2013),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표창(2011), 2018년 서울대 명예의 전당 등재, 2018년 전주 세계슬로워드 수상, 2018년 대한민국 동탄산업 훈장 등 다수 수상의 영애를 안았다.

특히 2019년에는 노벨생리의학상 한국 후보로 함씨네토종콩식품이 선정되며 기적 같은 일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노벨재단은 2019년 함씨네토종콩식품을 실사한 뒤 함 대표를 노벨상 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했다. 노벨상 후보로 추천되면 최종 수상까지 통상 5~20년의 시간이 걸린다. 중국에서는 투유유 중의과학원 교수가 개똥쑥을 이용한 말라리아 약을 개발해 노벨상을 수상한 전례가 있다. 우리 땅에서 나오는 쥐눈이콩(약콩)은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식품이라는 것이 함 대표의 주장이다.

이런 함 대표는 국산 콩을 고집하며 전주지역 한 대형마트 납품까지 포기했다. 마트 납품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렸지만 국산 콩을 사용하며 단가가 맞지 않아 자진해 대형마트 납품을 포기했다. 통상 식품업체는 판로개척에 기업의 존폐 여부가 달렸기 때문에 대형마트 납품 포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그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 콩 독립투사'라고 칭송했다. 함 대표의 드라마 같은 인생 이야기는 다수의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전해졌다. 많은 이들의 성원과 관심을 받았지만 기업 성장에 실질적 도움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학교와 개인 등에 입소문을 타며 경영 환경이 개선되고 있었다. 건강한 음식을 찾는 곳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감을 얻은 함 대표는 지역 대표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에 식당을 차린다. 2017년 전주시 시설을 위탁받아 '함씨네밥상' 식당을 열었다.

하지만 가장 건강한 밥상을 차려내면서도 수익은 창출되지 않았다. 역시나 높은 단가가 발목을 잡았고 시장이 바라는 음식은 '건강'보다 '자극적인 맛'이었다. 임대료가 밀리기 시작한 함 대표는 결국 쫓겨나듯이 식당을 비워줘야 했다.

그는 이 시기를 가장 원망스러워 하고 있다. 한옥마을 정체성과 가장 어울리는 자신의 식당을 전주시가 좀 더 지켜봐 주거나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들려온 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함씨네밥상이 사실은 중국산 콩을 사용한다'거나 '싼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음해였다.

이런 소문에 한 전주시의원은 한옥마을에 양심 없는 음식점이 영업 중이라는 생각으로 함씨네밥상을 비판하는 5분 발언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언 준비 과정에서 진실을 알게 됐고, 그 뒤 함 대표의 팬이 됐다.

함 대표는 이 시기부터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밀린 임대료와 과태료 처분은 자금의 흐름을 막았다. 금융기관에서 자금이 융통되지 않았고, 학교 급식 납품도 거부됐다. 하나의 실패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자금난을 겪은 함 대표의 공장은 결국 경매에 넘어갔고 최근 낙찰되며 공장을 비워줘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그는 국산 콩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수입산 콩을 사용해서 "단가를 낮추고 시장경쟁력을 갖출 생각은 없나"라는 말에는 눈을 질끈 감고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어 인터뷰 내내 어두운 얼굴이었지만 국산 콩과 음식에 대해 말할 때는 표정이 금방 밝아졌다. 현대인들이 건강하지 못한 음식을 접하고 있다는 내용을 말할 때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쥐눈이콩의 효능에 대해 말할 때는 눈이 반짝였다. 곧 공장을 비워줘야 하는 사실을 잊은 듯 했다. 어떤 역경도 그가 가진 장인정신을 훼손할 수 없을 거 같았다.

함 대표는 "좋은 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면서 "지금 이렇게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만큼 국산 콩을 지키고 좋은 음식을 만드는 정신을 지켜줄 사람이 있다면 회사를 내어줄 생각도 있다"고 무겁게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어려움은 어느 정도 자금이 있으면 금방 극복할 수 있다"라며 "뜻있는 분들이 나서서 함씨네토종콩식품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오직 좋은 식품을 만드는데 집중해왔다. 그런데 나를 음해하는 사람들도 있더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생각은 없다.
건강을 지키는 식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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