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사라진 한반도"...49년만에 최악의 가뭄 시작됐다
2023.04.25 12:00
수정 : 2023.04.25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례없는 긴 가뭄이 남부지방에 이어지는가 하면, 중부지방에는 기습적인 집중호우가 내렸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우리나라에도 체감 수준으로 가까워졌다. 지난달 30일에 기상청에서 발표한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남부지방의 기상가뭄은 227.3일로 1974년 관측 이래 가장 길게 지속됐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25일 제 2기 첫 회의를 개최하고, ‘영산강·섬진강유역 중·장기 가뭄대책’ 등을 심의·의결하고 ‘2023년 여름철 홍수대책’을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장기 가뭄 대책은 '과거에 경험했던 가장 극심한 가뭄'을 기준으로 한 '1단계 기본대책'과 '기후변화로 이전에 겪지 못한 극한 가뭄이 나타났을 때'를 기준으로 삼은 '2단계 비상대책'에 걸쳐 하루 약 61만㎥의 물을 추가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단계 대책에서는 최대 45만㎥의 물을 추가 확보한다. 주변 수자원 연계 방안으로, 주암댐에서 광주·목포 등 영산강 유역 6개 시·군에 공급하는 물량의 일부를 장흥댐에서 대체 공급할 수 있도록 도수관로를 연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주암댐 여유물량을 여수산단에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여수까지 이어지는 45.7km의 도수관로와 취수시설 설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광양산단의 경우 인근 수어댐에 물이 부족할 때 주암댐에서 광양산단으로 직접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취수장 등 비상 공급시설 설치도 검토에 올랐다.
이외에도 여수시 공공하수처리시설 내 하수 재이용수 생산시설을 통해 일 5만t, 발전 온배수 등을 활용한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일 15만㎥를 확보하는 등 대체자원 확보 방침도 포함됐다. 지역 중심 중·소규모 댐과 지자체가 관리하는 저수지 증고 등 신규 수자원 개발을 통해서도 물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기후변화 영향까지 고려한 극한 가뭄을 상정한 2단계에서는 비상용량과 사수(死水)용량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댐에서 정상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하한선인 '저수위' 아래의 물을 말한다. 댐 바닥의 물까지 긁어서 쓰겠다는 의미로, 오염도가 높아 별도의 취수설비가 필요할 수 있어 극한의 경우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달 5일 기준 전국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73.6%로 평년(78.2%)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남은 56.5%, 전북은 60.4% 등으로 가뭄 지역에서는 저수율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섬진강 댐의 경우 모내기 철이 끝난 7월쯤 저수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농업에 필요한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이후 저수위 도달 시 "오염수까지 활용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비상단계 돌입 전 추가 수자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전국 유인도서의 60%를 차지하는 남부지방인 만큼, 섬지역 물관리 또한 대책에 포함됐다. 지하수댐, 이동식 모듈형 해수담수화 설치 등을 추진해 섬지역 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보다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물관리,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물관리, 조화로운 물관리를 물관리의 세가지 핵심방향으로 삼겠다”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과학적이고 합리적 방안에 근거해서 다양한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역할을 해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