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금지에는 여야가 없다

      2023.04.25 18:21   수정 : 2023.04.25 18:21기사원문
2021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제는 개 식용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화두를 던졌다. 평소 개 식용금지를 찬성해온 필자는 대통령의 언급이 반가웠다. 향후 정부의 조치가 기대되었다.

그런데 걸리는 부분은 '신중하게'라는 수식어였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 신중하였는지 2년이 흐른 지금, 결론이 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타임테이블도 정한 게 없고, 정책도 나온 게 없다. 아직도 의견수렴 중이다. 꺼져가는 불씨였는데 동물애호가로 알려진 김건희 영부인이 소신 발언을 하면서 다시 뜨거워졌다. 언론 인터뷰에서 "개 식용종식은 제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발언한 것이다. 이어 "궁극적으로 개 식용을 안 한다는 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자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일부 강력한 반대가 있음을 알고 있는데도 목소리를 내는 리더들이 고맙기까지 하다. 그런데 왜 진전이 없는 것일까. 개 식용을 업으로 하는 육견협회의 강력한 반대 때문일까. 개 식용이 국민 관습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바꾸기 어려워서일까. 소수일지라도 개 식용금지에 대한 견고한 저항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것은 확실하다.

여름이 되면, 시골에서는 개장수 트럭이 "개 파세요"라며 확성기를 틀고 동네를 누비고 있다. 이런 행위는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당연히 불법행위이다. 복날이면 보신탕 가게가 성업을 이룬다. 건강한 마당 개가 주기적으로 바뀌거나 사라지는 집도 보았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여름, 나의 반려견인 키움이와 산책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개가 참 좋다"면서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키움이는 대형 견인 래브라도 리트리버이다. 놀란 필자는 "좋다는 말씀이 멋있다는 뜻이지요?" 했더니 대답을 안 하신다. '알면서 왜 그래'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개가 좋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필자는 본능적으로 키움이를 얼른 나의 뒤로 감추었다.

지금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600만가구가 넘는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국민의 의식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한국갤럽에서 2022년 3월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8%가 "개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5.5%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중앙부처가 방관하고 있는 사이에 홀로 앞서 나가는 지자체가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민 여러분의 제보가 위기에 빠진 동물을 구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파주에서 도살을 앞둔 육견 50여마리가 있는 현장을 급습해 개들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가 이렇게 앞장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번 경기 양평에서 일어난 강아지 사체 1400구가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이 단속을 시작한 것이다.

개 식용금지에는 여야가 정치적 색깔이나 정치적 의도 없이, 동물권과 생명존중을 위해 한목소리를 낸다.
이제는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개 식용이 관습이라고, 육견협회가 반대해서 안 된다고 언제까지 핑계만 댈 것인가. 국민의 반 이상이 개 식용중단에 찬성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 나설 때가 되었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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