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이 부른 IT 노조 열풍

      2023.04.25 18:27   수정 : 2023.04.25 18:27기사원문
'꿈의 직장'이라 불리던 정보기술(IT) 업계에 노동조합 설립 바람이 거세다. 특히 외국계 IT기업의 경우 글로벌 본사에서부터 인원 감축이 이어지면서 '고용불안'이 노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감원에 영향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요 IT기업 중 2곳에서 노조가 출범했다.



구글코리아는 최근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구글코리아지부를 설립했다. 글로벌 감원 열풍에 따른 고용불안이 노조 설립의 직접적인 이유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올해 1월 말 전체 인력의 약 6% 수준을 줄이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구글코리아도 3월 초 직원들에게 권고사직 수준의 직무폐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부침을 겪다 보니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고용 이슈에 대해서는 노조 설립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애플코리아도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IT업계가 더 이상 노조 불모지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고연봉자들이 많고 근속연수가 짧아 IT 업계에서는 노조 설립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IT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노조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디즈니는 27일 2차 구조조정으로 전 세계 직원 4000명을 줄이고, 3차 해고까지 단행해 총 7000명을 감원키로 했다.

■IT 경영 효율화 강화속 노조설립 바람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엔씨소프트지회도 출범했다. 엔씨소프트 노조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 웹젠에 이은 게임업계 다섯 번째 노조다. 노조는 사측에 △고용 안정 △수평적인 조직문화 △투명한 평가 및 보상체계 등을 요구했다.

최근 IT 회사들이 경영 효율화를 내세우면서 노조 설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근무시간, 근무제, 보상체계 등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도 지난해부터 노조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전체 직원수의 과반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다른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의 더 나은 처우를 보면 내부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내가 가입하지 않아도 노조 설립이나 노조 활동은 전혀 말릴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주요 IT회사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면서 노조설립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 안팎으로 임금이나 처우 차이를 두고 불신이 싹튼 것 같다"며 "시작이 어렵지 탄력을 받게 되면 (노조설립이) IT산업 전반에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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