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도 걸리는 거였어?" 혼돈의 '우회전 단속현장'
2023.04.27 16:36
수정 : 2023.04.27 16: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오토바이도 잡는거에요?"(운전자)
"위반하셨습니다. 범칙금 4만원입니다."(경찰)
"보행자신호 빨간불일때도 서야 돼요?"(운전자)
"예, 선생님께서는 벌점 15점에 범칙금 6만원을 내셔야 합니다.
그야말로 혼돈의 단속 현장이다. 교차로 우회전시 전방 신호등이 빨간불일 경우 '일시 정지'토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지 엿새가 됐다. 경찰은 3개월간의 계도 기간을 끝냈지만 걸리는 사람도, 사유도 제각각이었다. 경찰과 10분간 실랑이를 벌여 훈방조치를 받는 경우도 생겨났다.
■단속 하자마자 10분에 1대씩 걸려
27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오후 2~4시 송파구 방이삼거리에서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을 벌였다. 방이삼거리는 왕복 6차선에 적신호 시 우회전 금지 표지판과 보조 신호등이 있는 곳으로 비교적 교통 규칙을 지키기 쉬운 장소다. 그럼에도 약 10분에 1대 꼴로 위반 차량이 나왔다.
단속을 시작하자마자 경찰은 택시를 불러세웠다. 택시 기사 A씨는 "일시 정지를 해야 하는 사실을 몰랐다"며 얼굴을 붉혔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설명했지만 택시 기사는 막무가내였다. 10분간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경찰은 A씨에게 개정안을 상세히 설명하고 훈방조치했다. 택시가 일시정지 하지 않았지만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없다는 점을 훈방조치 사유로 삼았다.
두번째 적발된 운전자 B씨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는데도 우회전 시 일시 정지를 하지 않았다. 이른바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 위반이다. 경찰은 B씨의 차를 잡아 벌점 15점에 범칙금 6만원을 부과했다. B씨는 "보행자 신호가 빨간 불이어서 보행자를 칠 일이 없는데도 멈춰야 하는지는 생각 못했다"며 "관련 뉴스나 유튜브를 찾아봤는데 정확히 설명이 안돼있고 헷갈릴 소지가 많은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관이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었다"고 설명하자 B씨는 블랙박스를 통해 보행자 유무를 확인해 보기도 했다.
이날 단속에 나선 경찰은 "현재 보행자 안전에 위배되면 벌점을 부과하고, 단순 일시 정지 위반인 경우 개정안을 설명 후 계도 조치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토바이는 4만원입니다"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은 하지 않았지만, 경찰이 단속하는 것을 보고 차를 세운 후 관련 규정을 묻는 운전자도 있었다.
이륜차 운전자도 적발됐다. 경찰에 잡힌 오토바이를 운전자 D씨는 "이륜차도 적발 대상인 줄 몰랐다"며 범칙금 4만원을 부과받았다.
경찰은 교차로에서 우회전 시 전방 신호등이 녹색이더라도 운전자는 언제나 일시 정지하고, 보행자가 모두 통과한 뒤 우회전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전방 신호등이 녹색이고 보행자가 없는 경우라도 서행 우회전할 필요가 있다. 차량 신호등이 적색이면 보행자가 없어도 일시 정지를 준수해야 하고,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있으면 신호등 지시에 따르면 된다.
걸린 운전자들 사이에선 경찰을 붙잡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다른 현장에선 일시정지 기준을 가지고도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1초'만 멈추면 되는지, '0.1초'라도 멈췄으면 일시정지인지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2시간 동안 위반사례는 20건, 이중 범칙금이 부과된 사례는 9건이었다. 나머지 운전자들은 계도 조치로 벌점과 벌금을 부과받지 않았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