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의장, 러시아 코미디언 장난전화에 속아
2023.04.28 10:52
수정 : 2023.04.28 10: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명 인사를 사칭해 주요 정상들에게 국제적인 장난전화를 걸기로 유명한 러시아 코미디언들이 이번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준은 통화가 사실이지만 기밀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으며 미 현지에서는 연준의 보안 수준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연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를 통해 “파월이 지난 1월에 자신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속인 신원 미상의 인물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 국영 방송은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와 알렉세이 스톨랴로프가 파월을 상대로 진행한 전화 통화 발췌본을 방영했다. 쿠즈네초프와 스톨랴로프는 앞서 유력 인사를 사칭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과 통화한 것으로 악명높은 코미디언 팀이다.
이들은 주로 정상들을 속였으나 지난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통화했다고 밝혀 최근 경제 지도자를 노리는 모습을 보였다.
공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파월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을 사칭한 인물이 미국의 통화 정책 및 경제 전망에 대해 묻자 이에 대답했다. 파월은 당시 통화에서 지난 1년간의 금리인상이 경기둔화 내지 경기침체를 일으킬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또한 파월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를 ‘유능하고 성공적인 기술관료’라고 칭찬하며 그의 노력 덕분에 서방의 러시아 제재 효과가 줄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의 통화 내용이 그가 기자회견 등 공개 석상에서 내놓은 발언과 비슷했다고 밝혔다. 연준 대변인은 러시아에서 공개된 영상이 편집된 것이며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적절한 사법 기관에 이번 사건을 전달했으며 사법기관의 노력을 존중하여 더 이상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CNBC는 파월 본인이 현재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코미디언 팀이 들키지 않고 파월과 직접 통화했다며 연준의 보안 절차가 심각하게 걱정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