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만들듯 하루만에 태양전지 만든다
2023.04.30 12:06
수정 : 2023.04.30 12:06기사원문
【울산=김만기 기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드는데 원재료부터 최종 코팅까지 하루도 안걸린다. 디스플레이 제조 기술과 비슷한데 재료를 용매에 녹여 3층으로 쌓기만 하면돼 획기적이다."
지난 4월 28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실에서 만난 석상일 교수는 손바닥만한 태양전지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석상일 교수는 지금까지 수차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세계 최고 효율을 경신해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26.08%를 달성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석 교수 연구실 앞에는 201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발표했던 한편의 논문이 붙어있다. 이 논문은 전세계에서 페로브스카이트를 만드는 표준 레시피가 됐다.
석상일 교수는 실험실을 안내하면서 "일반 화학실험실과 비슷하다"면서도 "재료를 만들고 성능과 내구성을 분석하는게 한 공간에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에서는 여러 연구원들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석이 한창이었다. 두 연구원이 작은 실험용기에 페로브트카이트 물질을 넣고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원은 모니터 앞에서 내구성 테스트 데이터를 보며 분석중이다. 옆에 있는 또 다른 실험실에서는 사방이 어둡고 강한 조명 아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을 측정하고 있었다.
에너지 효율이나 공정이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까지 상용화가 되지 못했을까. 석 교수는 이에 대해 실리콘 태양전지의 급격한 하락을 꼽았다.
석 교수는 "기존 제품 중 10년새 단가가 90% 하락한게 있었냐"며 "실리콘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하락하다보니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난관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를 함께 사용해 33.2%까지 효율을 끌어올린 연구성과가 발표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고가의 원료를 사용해 효율을 32.9%냈지만 평범한 재료로 이런 수치가 나온 것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게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석 교수의 연구실 앞 복도에는 여러 연구자들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이 있다. 지난 1월 영국 랭크재단은 석상일 교수와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를 포함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탄생과 발전에 기여한 7명의 세계 연구자들에게 '2022년 랭크 광전자공학상(Rank Prize in Optoelectronics)'을 수여했다. 이 상은 공식적으로 우리가 페로브스카이트 분야의 개척자이자 선구자로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석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를 상용화 되고 이로 인해 노벨상을 받게 된다면 이 사진에 있는 사람 중 3명이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