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화 정책 역부족… 벌어지는 한미 금리차도 부담

      2023.04.30 18:34   수정 : 2023.05.01 04:00기사원문


한국은행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지, 3.50%로 동결할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동결'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계부채 등을 고려해 0.25%p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상승에 한미 금리차 부담 3.75%로 올리나

4월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5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방향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 요인이 어느 한 쪽에 쏠림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 통화정책에서 가장 큰 이슈는 환율 상승이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와 구두개입, 미세조정 등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그치지 않는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상품 가격이 오르면 무역수지 개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데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상반기 내 한 차례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 유로존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도 기준금리 인상론에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큰 변수가 없으면 미 연준은 5월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4.75~5.00%로 한국과의 금리차는 상단기준 1.50%p에 달한다. 22년여 만에 가장 큰 격차로, 5월 FOMC 이후엔 1.75%p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외국인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돈을 빼는 등 외화자금 유출이 우려된다. 실제 올해 들어 거주자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기업의 수입대금 결제, 해외 직접투자 등으로 석달 사이 11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5월 초까지 기업의 배당금 지급기간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외화가 더 크게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채권시장에서 CD 금리(91일물)를 포함한 단기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통화긴축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평가 또한 한은 금통위가 추가 인상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물가 둔화에 경상수지 연속 적자 '동결' 전망 우세

하지만 동결 요인도 작지 않다.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세가 더디지만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7%로 재차 하락했기 때문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2%p 하락해 연속으로 3%대를 기록했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회복이 늦어져 경제침체가 우려되는 점도 동결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올해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쳐 1%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금통위는 유독 예측이 쉽지 않다. 6월에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없어서 상반기 마지막 회의인 데다, 최근 금융통화위원 두 명이 새로 취임하면서 대내외 여건 외 변수들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1일 금통위에서 7명 중 5명의 금통위원은 향후 3개월 내 금리를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장용성, 박춘섭 금통위원이 새로 합류해 최종금리 전망 또한 예측이 어렵다.

현재 시장에서는 경상수지 2개월 연속 적자 등 경기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 등 금융불안을 고려할 때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아직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긴장감은 없다.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을 한 번 정도 반영한 상태"라면서 "금통위원 교체로 매파적 의견이 3명까지 나올 경우 박빙까지 갈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동결을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지금 경기상황을 볼 때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한미 금리차 축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경기를 더 경색시킬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당초에는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에는 낮고 하반기에는 반등하는 '상저하고'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제 '상저하저'의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한국은행이 수출, 내수경기 회복 둔화 등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얘기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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