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급등' 저축은행, 부실채권 매각 통로 넓어진다

      2023.04.30 18:49   수정 : 2023.04.30 18:49기사원문

최근 저축은행의 높아진 연체율과 관련해 건전성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부실채권(NPL)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뿐 아니라 민간 업체에도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2020년 이후 부실채권 매각이 사실상 중단돼 연체율이 불가피하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민간업체에 부실채권 매각을 가능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 관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헐값에 팔 순 없어" 저축銀 NPL↑

4월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규모 기준 5대 저축은행의 지난해 NPL 비율은 SBI저축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올랐다. NPL은 대출금 중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부실채권의 비율로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구체적으로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의 NPL 비율은 지난해 말 7.95%로 전년(7.16%) 보다 0.79%포인트(p)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NPL 규제 한도가 8%임을 고려할 때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것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각각 0.22%p, 1.32%p 오른 4.93%, 6.25%로 나타났으며 페퍼저축은행도 지난해 말 4.71%로 2021년(2.18%) 대비 1.92%p 뛰었다. 이같이 늘어난 부실채권에 지난해 말 저축은행업계 총 가계대출 연체율은 4.7%로 전년(3.7%) 대비 1%p 상승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금융당국의 조치로 부실채권을 쉽게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이 문제가 됐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발생 당시인 지난 2020년, 저축은행에 개인연체채권을 캠코 외에 매각할 수 없도록 권고했다. 채권추심을 최소화해 차주의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당초 2020년 말까지였던 당국의 권고 조치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까지 연장되면서 저축은행의 고심이 커졌다. 매입업체가 1곳으로 제한돼 매입 경쟁이 약화돼 채권 매입가가 낮아지자,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것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캠코는 채권 추심 기능이 없는 기관이라 채권추심업체에 비해 낮은 가격에 채권을 사들인다"면서 "통상 50% 정도 가격에 매입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캠코에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아우성에 금융당국 "부실채권 매각 도울 것"

이에 저축은행업계는 부실채권 소화 통로 다각화를 위해 금융당국과 소통 중이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 27일 "NPL 소화 통로를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협의 중인 만큼 연체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 또한 "일부 회사들이 당국에 요청을 했고 관련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캠코뿐 아니라 민간 업체에도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캠코에만 팔도록 한 것을 다른 민간업체에도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 관리를 지원해서 저축은행권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차주들에 대한 추심 압박이 과해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시각에서 캠코에만 매각하도록 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채권을 자유롭게 매각해왔던 만큼 코로나19 시기 제약을 두던 것을 적절한 타이밍에 해소할 필요가 있어서 (소비자 보호와 규제 완화) 균형점을 찾으려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협의가 끝나면 저축은행권이 부실채권을 민간 채권추심업체들에도 팔 수 있게 되고, 부실채권이 줄어들어 연체율이 낮아질 수 있다.
다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 연체에 대한 추심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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