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보도된 유괴사건, "이제 아들이 저를 찾아주기를..."

      2023.05.01 13:31   수정 : 2023.05.01 14: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답십리4동 51번지 12호 13통 2반'
1981년도 이상호씨(호적명 이대호) 가족이 살았던 주소다. 그리고 그해 실종 또는 유괴된 상호씨의 아들 이은권씨(당시 만 2세· 사진)가 4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정확하게 외우고 있을 가족에 대한 기억이다.

단순 실종인지 누군가에게 유괴당한 것인지 모를 은권씨가 가족과 헤어진 것은 지난 1981년 1월 20일이다.

그날 은권씨는 집에 혼자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 상호씨는 "부부 싸움을 하고 아내가 친정으로 가고 홀로 아이를 봤다.
더구나 그날은 아이만 홀로 남겨두고 일을 하러 갔다"며 "저녁에 집에 돌아와 보니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 사방으로 찾아다녀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목에서 호떡장사를 하던 아주머니가 마지막으로 아들의 모습을 봤다고 했다. 호떡장사의 말로는 엄마한테 가자고 하면서 아들을 데려갔다고 한다"며 "데리고 간 사람의 뒷모습만 목격해 얼굴은 모른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사방을 찾아 다녔지만 호떡장사의 목격담 이외에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자 결국 상호씨는 다음날 경찰을 찾아 신고했다. 그리고 얼마 안 돼서 신문사 기자가 집을 찾아왔고 실종 상황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상호씨는 아들의 실종에 대해 기자에게 설명했다. 다만 혹시 유괴당한 것이면 아들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기사화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다음날 기대와는 달리 신문에는 아들의 실종이 크게 실렸다.

혹시나 나쁜 일을 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가지고 아들을 찾아다닌 지 며칠이 안 된 어느 날, 집으로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아이(은권씨)는 잘 데리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내용이었다. 글씨는 여성의 것이었다. 상호씨는 급하게 편지를 경찰에 가져주면서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편지를 받은 상호씨는 의심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이웃집 여자다. 이웃집 여자는 아내가 친정으로 가서 집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종 전날 이웃집 여자가 상호씨 집을 찾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집 상황에 대해 확인도 했다. 이에 상호씨는 이웃집을 찾아가 추궁했지만 그런 적이 없다면서 억울해했다고 한다.

상호씨의 의심은 이웃집 여자가 사망한 후 동네 돌았던 소문으로 확신이 됐다고 한다. 이웃집 여자가 돈을 목적으로 은권씨를 데려가서 이른바 '인신매매 조직'에 팔았다는데 받은 돈이 부족하다고 느껴 추가로 돈을 요구하자 조직이 살해했다는 것이 소문의 핵심 내용이다. 더구나 당시 상호씨가 살던 동네에는 은권씨뿐만 아니라 다른 집에서도 실종 또는 유괴 사고가 발생했다. 상호씨의 기억으로는 그해 우리나라에서 1500여명이 유괴 및 실종됐는데 동네에서만 2~3명이 있었다고 한다.

상호씨는 "경찰에 이웃집 여자가 의심스러우니 수사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진행된 게 없다"며 "이후 아들을 시설에 맡긴 것은 아닐까 해서 부산, 대구, 광주 등 안 가본 곳이 없다. 입양된 것인가 궁금해 관련 시설도 많이 찾았다"고 전했다.

벌써 실종 혹은 유괴가 발생한 지 40년이 넘게 지났다.
상호씨는 더 이상 아들을 찾기에는 힘에 부친다고 한다. 희망이라면 아들 은권씨가 자신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 경찰서에 유전자(DNA) 등록도 마친 상황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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