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달려 간 관광지 막아선 드라마 스태프"..도 넘은 막무가내식 촬영
2023.05.02 09:25
수정 : 2023.05.02 11: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배우 박은빈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촬영장에 40대 남성 A씨가 벽돌을 던져 스태프가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촬영 중 발생한 빛과 소음에 짜증이 났다"며 "잠을 못 자겠더라"라고 밝혔다.
최근 촬영현장에서 벌어지는 소음이나 막무가내식 민폐 촬영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드라마 촬영팀이 지역 축제에서 관광객들의 관람을 방해한 일도 벌어졌다. 지난달 26일 아이유, 박보검 주연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촬영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한 시민의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고창 청보리밭 축제현장을 찾았다는 이 시민은 "4월19일 3시간을 달려 축제에 갔다. 유채꽃밭에 들어서서 사진 찍고 걷다 보니 한 스태프가 막으면서 드라마 촬영 중이라 여기로는 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길로 가면서 (드라마) 촬영하는 쪽 방향 유채꽃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든 순간 '사진 찍지 마세요' 하고 소리를 쳤다"고 썼다.
그는 "촬영 현장은 누구인지 육안으로 전혀 식별이 안 되는 먼 거리였다"며 "관광객이 한창 많은 오후 4시에 전세낸 듯 길 막고 사진 찍지 말라는데 촬영 때문에 관광지를 막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는 해당 글과 관련해 "안전한 촬영과 스포일러 유출 방지를 위한 과정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귀중한 시간을 내어 방문하셨을 분들에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도 촬영 과정에서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SBS 새 드라마 '7인의 탈출'은 가정집 대문막기 및 소방로 불법주차로 쓴소리를 들은 바 있다. 당시 촬영팀은 촬영 현장 주변의 가정집 문 앞을 차량으로 막아 주민에게 민폐를 끼쳤고, 금지 구역에 주차해 피해를 입혔다. 민원을 제기한 시민이 제작진에 차를 빼달라고 부탁했지만, 상황은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병규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은 드라마 '찌질의 역사' 촬영 팀도 촬영 현장 주변의 가정집 대문을 차량으로 막으면서 비판을 받았다.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4'는 촬영장 소음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촬영을 위해 다수의 인원이 한꺼번에 주택가에 몰리면서 소음이 발생했고, 드론 촬영으로 인한 사생활 노출 문제, 촬영 차량 불법 주차 등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3월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촬영 팀도 쓰레기 무단 투기 및 흡연, 밤늦은 시간 촬영으로 인한 소음공해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B씨는 "밤 11시께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길래 창밖을 봤더니 촬영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집 앞 골목에서 촬영 장비를 내리고 있었다"며 "30분이 넘도록 떠들다가 장비차가 떠나고 (집을 나와) 내려가보니 흰 가루를 (골목길에) 뿌려놓고 솜 같은 쓰레기도 무단으로 버리고 떠나버렸다"고 토로했다.
SBS 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 팀 역시 소음과 스태프들의 담배연기, 거리에 투기된 쓰레기 등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했다.
문제가 제기되자 제작사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촬영을 양해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촬영 과정에서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현행법상 야외에서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하려면 지역 영상위원회를 통해 허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허가받는 방식이 아니라 관할 구청과 경찰서에 통보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촬영팀이 와도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촬영 관계자들은 "최대한 불편함을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일부 사례들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면서 안타까운 분위기를 전했다. 촬영 자체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정식 허가나 승인을 받는 것도 어려워지고, 사유지의 경우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고충도 털어놓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