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용산 공천개입' 논란..추가 악재 맞닥뜨린 김기현號
2023.05.02 16:09
수정 : 2023.05.02 16: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집권여당에 바람잘 날이 없다. 당 지지율을 좀먹던 각종 설화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공천개입' 논란이 터지면서 당과 대통령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야당은 사실상 대통령실의 '당무개입'이라며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여당내 비주류측에서도 '공천권 개입' 주장을 펴면서 검찰 고발을 촉구하는 등 내홍도 일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MBC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에게 공천을 거론하며 한일관계 옹호발언을 요청했다는 녹취록 파문 의혹을 보도한 이후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여권은 당장 곤혹스런 표정이다. 가뜩이나 각종 설화 논란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이번 의혹까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터지면서 정국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일단 여권은 조기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의혹의 당사자인 이 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서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천이 당에서 적법한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 작업인데, 왜 본인이 당 문제인 공천으로 최고위원을 압박하겠냐는 것이다. 태 최고위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이 수석이 공천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없으며 보좌진에게 과장을 섞어 말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정략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 지도부도 태 최고위원의 개인적 발언을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대통령실의 공천개입이라는 야당의 정략적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지 않나. 일반 본인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황을 지켜보자"고 진화에 나섰다.
현재 당 윤리위에서 태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수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악재가 터져나와 여당으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나 이 수석 경질이 실제 이뤄질 경우, 공천개입 의혹을 사실상 자인하는 셈이 돼 상황은 더욱더 난처해져 여권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 비주류측에선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검경이 신속 수사할 의무가 있다"(유승민 전 의원),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즉각 경질하라"(김웅 의원)이라는 날선 반응이 나왔다.
반면 야당은 사실상의 공천 개입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태 최고위원이 쏟아냈던 야당을 향한 무리한 비난과 노골적인 정권 옹호는 대통령실의 공천 압박에서 기인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천은 대통령실이 침범할 수 없는 정당의 고유사무다. 이번 사안은 정부의 정치 중립 훼손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도 BBS 라디오에 나와 "굉장히 위험한 신호"라고 주장했고, 김한규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실의 당무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개입의 노골적인 의도를 드러내고, 여당 최고위원을 앞세워 한일관계 관련 여론몰이를 했다는 판단아래 앞으로 이슈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