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숨진 한국여성 남친 "여자친구 죽였냐" 질문에 침묵

      2023.05.03 08:57   수정 : 2023.05.03 14: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만의 한 호텔에서 한국인 여성 관광객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친구가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2일 대만연합보 등 외신에 따르면 A씨(32)는 전날 친형과 변호사를 대동하고 가오슝시 첸진구 관할 경찰서에 출석했다. 검은색 상의를 입고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그는 ‘여자친구를 살해했냐’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아침에 눈떠보니 숨 안쉬었다" 혐의 부인한 남자친구

대만 검찰은 현재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법원은 A씨가 외국인인 점을 고려해 10만 대만달러(약 440만원) 보석금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하지만 그는 출국금지명령으로 8개월 동안 대만에서 출국하지 못하게 됐다.

사건은 지난 24일 오후 1시30분경 벌어졌다. 남부 가오슝 첸진지구의 한 비즈니스호텔 객실에서 한국인 여성 B씨(31)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는 것을 남자친구인 A씨가 최초로 발견해 신고했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A씨와 B씨는 자유여행을 위해 지난 22일 대만에 도착했으며, 25일 귀국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여자친구와 객실에서 술을 마시다 잠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여자친구가 침대에서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여자친구 몸엔 타박상, 호텔방엔 혈흔.. 타살 가능성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타살 가능성이 제기됐다. 부검한 결과 숨진 B씨의 머리와 팔, 다리에서 둔기에 맞았거나 벽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되는 타박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호텔 방 안에서는 혈흔 두 점이 나온 점 또한 의심을 샀다. 특히 경찰은 사건 다음 날 A씨가 B씨의 짐가방을 서둘러 한국으로 돌려보낸 점이 증거 인멸을 위한 행동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귀국 비행기표를 이미 구입한데다 사망한 여자친구의 유해를 추후 고국으로 인도할 때 수하물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여자친구 짐부터 한국으로 부친 것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B씨의 짐가방은 다시 대만으로 돌아간 상태이며 대만 법의학센터 조사가 이뤄질 방침이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현지 수사당국에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고 우리는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라면서 “다만 개인적인 신상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현시점에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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