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진입금지' 안내판 안 보이나…스쿨존서 아이들 위협하는 어른들

      2023.05.03 14:53   수정 : 2023.05.03 14:53기사원문
3일 오전 8시26분쯤 부산 부산진구 양정초 스쿨존 차량 진입금지 도로에 소형 트럭이 달리고 있다.2023.5.3/뉴스1 노경민 기자


3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양정초 앞 횡단보도에 SUV 차량이 횡단보도를 침범해 있다.2023.5.3/뉴스1 노경민 기자


3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양정초 스쿨존에 '어린이보호구역 차량 진입금지' 안내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2023.5.3/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등·하교 시간대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차량 진입이 금지됨에도 이를 무시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운전자들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부산 영도구 초등학교 스쿨존 사고로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오전 8시20분쯤 부산 부산진구 양정초 앞 도로.

한창 학생들이 등교할 시간에 시니어순찰대 요원들이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교통 안내를 하고 있었다.

요원들은 혹시나 차량이 신호를 어기지 않는지, 아이들이 도로에 뛰어들지는 않을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차량 진입금지 도로에는 '어린이 보호구역 진입 금지' 표기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그 옆에 차량 통제를 안내하는 노란색 현수막도 여럿 부착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8시26분쯤 소형 트럭 한대가 요원들의 지시를 무시하고 진입 금지 구역으로 돌진했다. 뒤이어 시속 30km를 훌쩍 넘는 속도로 쌩쌩 달리는 택시들도 잇따라 출몰했다.

교직원 차량이나 학부모 차량 외에도 진입 금지 구역을 지나는 일반 차량도 적지 않았다. 대체로 순식간에 스쿨존을 넘나들기 때문에 시니어 요원들도 손쓸 틈이 없었다.

SUV 한대가 빠른 속도로 달리다 빨간불이 켜지자 급하게 멈춰섰다. 이 차량이 보행자 횡단보도를 침범하면서 아이들은 차량을 피해 조심히 신호를 따라 건넜다.

안전 펜스가 설치되지 않은 인도에서는 무거운 책가방을 멘 작은 체구의 아이들이 도로 이리저리를 살피며 교문을 향해 달려갔다.

시니어순찰대 요원 A씨는 "평소에도 화물차들이 자주 지나다니지만 진입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수막을 붙여도 이게 효과가 과연 있을까"라며 "어제는 경찰이 투입돼 진입 차량이 많이 줄었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B씨는 전날 학교에서 받은 스쿨존 안내 문자를 받고 아이와 함께 등교하면서도 내심 불안함을 숨기지 못했다. B씨의 휴대전화에는 '그동안 차량 진입 금지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으나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 진입을 금지하고자 한다'는 안내문이 보였다.

경찰은 부산 52개 초등학교의 61개 스쿨존을 대상으로 등·하교 시간대 모든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양정초도 제한 대상 중 한 곳이다.

지역 내 모든 스쿨존에서 시행되지는 않는다. 학교의 요구나 주민 민원이 있으면 경찰이 현장 점검 후 교통안전심의위원회에서 통행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차량 진입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상 차량 진입을 막을 강제력은 없어 지시 위반 운전자에 대해선 과태료나 벌점만 부과할 수 있다.

특히 등교 시간대는 교통경찰이 출근 시간대 주요 교차로에서 교통 단속을 실시하기 때문에 스쿨존을 맡을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사고가 난 청동초와 같이 가파른 등굣길이 있는 곳을 조사 중이고, 안전이 우려되는 곳을 우선으로 차량 통행 제한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지역경찰(파출소 등)의 스쿨존 교통 단속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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