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각 지방, 식량 떨어진 가구 속출...하루 두끼 겨우 먹는 북 주민들
2023.05.05 14:49
수정 : 2023.05.05 14:49기사원문
최근 북한 각 지방에서 식량이 떨어진 가구가 속출하고 있고 하루 두끼도 겨우 먹는 주민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식량상황이 최악에 이른 원인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취한 오랜 국경봉쇄와 통제강화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애국미 헌납’ 운동을 벌이고 군인들에게 차려지는 식량공급량까지 줄였으나 식량부족이 여전한 상황 속에 때이른 보릿고개가 시작되면서 하루 두끼도 겨우 먹는 주민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전 세계 근로자들의 명절인 5.1절을 뜻깊게 기념하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오늘 공장에서 체육경기와 기념행사가 있었다”며 “공장 자금으로 점심에 술과 약간의 고기를 보장해주니 밥만 싸오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점심 밥을 싸오지 못한 사람이 거의 절반이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1년에 한두번 명절날 체육경기를 한 다음 다 같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으며 우애를 다지곤 했다”며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그러지 못하다가 이번에 중앙의 지시도 있고 해서 오랜만에 공장에서 체육경기가 조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옛날에는 5~6월을 보릿고개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4월이면 벌써 보릿고개가 시작된 것으로 느껴진다”며 “하루하루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린다”면서 "요즘은 (점심밥으로)입쌀이 약간 섞인 강냉이(옥수수)밥만 싸와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생활이 괜찮은 것으로 인정되는데 그런 가정도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점심밥을 싸오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식량이 떨어졌거나 생활이 어려운 대상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전에는 남편이 동원을 가거나 이동작업을 갈 때 집 식구들은 통강냉이를 먹으면서도 남편의 체면을 생각해 점심밥을 이밥으로 싸주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집에 먹을 것이 떨어져서,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등등의 이유로 출근하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며 “이 보릿고개가 언제 끝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양강도의 한 소식통도 “요즘 백암군에서도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가정을 찾기 쉽지 않다”며 “장사를 크게 하거나 소토지(산에 일군 개인 밭) 농사를 많이 하지 못하는 가정은 영낙없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 동네만 보더라도 3분의 1 정도의 세대(가구)가 하루 두끼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돈이 없는 가정들은 1kg에 3000원 정도로 가격이 제일 눅은(싼) 통강냉이를 푹 삶아 먹거나 강냉이 국수에 감자나 남새(채소) 같은 것을 넣고 끓인 국수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며 ”인민반장들이 읍사무소에 식량이 떨어진 세대 명단을 보고하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기(간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대책이 취해지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은 451만t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년보다 18만t이 감소한 것으로 올해 북한 당국이 예년 수준의 곡물을 도입한다해도 수요량 대비 80여만t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일부도 지난 2월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국내외 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비용을 식량 도입에 사용했을 경우 100만t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규모"라며 "이는 북한 전체의 연간 식량 부족분을 모두 충당하고도 남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개최된 노동당 제8기 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농업 문제가 사실상 단일 사안으로 토의되고 김정은이 농업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조한 것은 북한의 현 식량부족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이 참여하는 ‘세계 식량 위기 글로벌 네트워크’가 지난 3일 ‘2023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잠재적 식량 위기 국가’에 포함됐지만, 북한에 대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거나 이에 상응하는 추정치 산출을 위한 자료가 불충분해 최종적으로 식량 위기국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어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3월 세계식량계획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후의 모니터링 절차 등에 대한 의견이 맞지 않아 식량이 제공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지난 2017년부터 2023년 사이 식량 위기 국가 명단에 북한은 단 한 차례만 포함됐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쌀은 전월보다 약 2.5배 증가한 4만6762t이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영양가도 맛도 없는 가격이 싼 안남미였는데 이 쌀을 북한 주민 전체에 하루 500그램씩 공급한다고 해도 4일분도 안 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