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선물, 어떻게 드려야 하나요" 고민 커진 직장인들
2023.05.07 13:13
수정 : 2023.05.07 13: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물가 시대에 직장인들이 어버이날 선물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커지자 꽃이나 선물보다는 식사 대접이나 현금 선호 추세가 더 커졌다. 카네이션 구매는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선물 대신 용돈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이었다.
카네이션은 안녕…실속 챙긴 '용돈' 늘어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3.7% 올랐다. 외식 물가가 7.6% 급증했다. 전달(7.7%)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여전히 상승세가 가파르다.
고물가 상황에서 '가정의 달' 5월을 맞은 직장인들은 실속 위주의 선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버이날의 상징과 같은 '카네이션' 구매가 줄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4월 27일~5월 4일, 절화기준) 거래된 카네이션 총 수량은 5만6366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8170단)보다 36.1% 줄었다.
직장인 김모씨(40)는 "종종 카네이션을 선물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차라리 그 돈을 보태서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선물 대신용돈을 준비하는 경우도 과반수를 넘었다.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에서 지난달 20~60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어버이날 선물'에 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2%가 용돈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2위를 차지한 건강식품(10.2%), 의류·패션잡화(6.5%) 등은 비중도 매우 작았다.
직장인 전모씨(28)는 어버이날 선물과 관련해 "원래도 선물을 사드리면 잘 안 쓰시는 편이라 용돈으로 드리는 편이었다"며 "이번 달은 생활비도 빠듯해 어쩔 수 없이 상품권을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비교될까 봐 지출 줄이기 어려워
어버이날 돈을 쓰는 직장인들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사람에 비해 부모님을 못 챙겨드리는 것은 아닌지 의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쉽게 지출을 줄이기 어렵다고 한다.
롯데멤버스에서 조사한 어버이날 선물 예산은 평균 33만6000원으로, 어린이날 예산(12만4800원)의 2.7배 수준에 이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운데 하나인 인스타그램에서만 '어버이날 선물'로 검색했을 때 110만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혼자 자취하는 2년차 직장인 신모씨(26)는 생활비에 부담 가지 않는 선에서 용돈을 드리려고 했으나 직장 동료의 말을 듣고 각각 5만원씩 더 드리기로 했다고 한다. 신씨는 "10만원씩 드릴건 아니지 않느냐는 직장 동료의 말에 나만 그렇게 드리나 싶었다"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선물하는지 여기저기서 보이고 들리니까 적게 드리기에는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1년에 한번뿐인 날이어서 지출을 마냥 줄이기에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며 "부모님들이 원하는 선물 1위가 현금이라는 조사도 나오듯이 슬기롭게 지출을 해도 된다. 돈의 액수에 따라 사랑이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