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車전장 반도체 해외 러브콜…지능형메모리 집중
2023.05.07 18:19
수정 : 2023.05.08 11:49기사원문
"5세대(5G) 사물인터넷, 자동차전장 등에서 메모리반도체 주문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박성식 제주반도체 대표(사진)는 "국내외 반도체 수요가 더욱 냉각하는 분위기지만, 5G 사물인터넷 등 그동안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분야에서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박 대표는 "실제로 중국 거래처로부터 5G 사물인터넷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확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자동차전장 메모리반도체 역시 해외 유수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위한 실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제주반도체는 '팹리스'(Fabless) 반도체 업체다. 팹리스는 공장 없이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중심 회사를 말한다. 제주반도체는 파워칩, 윈본드 등 대만 업체들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긴다.
특히 제주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영위한다. 통상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이 주도한다. 다만 이들 대기업이 서버와 모바일 등에 주력하는 반면, 제주반도체는 사물인터넷과 통신장비, 가전 등에 들어가는 저용량 메모리반도체에서 강세를 보인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일본 법인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던 중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대기업들이 진입하지 않는 '저용량' 틈새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지난 2000년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이끄는 제주반도체는 지난 3년 동안 반도체 초호황(슈퍼사이클) 흐름을 타고 기록적인 실적을 이어갔다. 제주반도체 매출액(본사기준)은 2020년 1104억원에서 이듬해 1766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하반기 불어 닥친 반도체 불황에 1583억원으로 실적이 줄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우호적인 환경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26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5G 사물인터넷 메모리반도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박 대표는 "챗GPT 이후 전 세계 각국에서 데이터센터 등 5G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난해 매출액 중 20%가량을 차지했던 5G 사물인터넷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올해 30%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 업체인 미국 퀄컴으로부터 5G 사물인터넷 칩셋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 인증을 받은 업체는 현재까지 제주반도체와 함께 미국 마이크론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박 대표가 주목하는 또 다른 분야는 자동차전장 메모리반도체다. 실제로 제주반도체는 최근 유럽에 본사를 둔 자동차 전장업체와도 거래 물꼬를 트면서 관련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제주반도체는 지난해 매출 중 5%를 차지했던 자동차 전장부문이 올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표는 "유럽 업체와 3년 정도 진행한 적용 시험에서 최종 통과하면서 최근 메모리반도체 소량 납품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양산을 통한 공급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1·4분기에는 국내외 악화한 반도체 시장 환경으로 인해 다소 고전했지만 다행히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다"며 "올 하반기에 5G 사물인터넷과 함께 자동차전장 메모리반도체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연간 실적으로 보면 '상저하고(상반기 낮고 하반기 높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능형메모리' 등 회사가 지속 성장하기 위한 미래사업 전략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메모리반도체에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를 결합한 지능형메모리 수요가 늘어 날 것이며, 이를 위해 국내 유수 대학과 산학 협력을 통해 지능형메모리인 'PIM'(Processing In Memory)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십년간 축적한 메모리반도체 설계 기술을 앞세워 '질화갈륨'(GaN) 등 차세대 화합물 전력반도체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제주반도체는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4세대 D램(DDR4 계열) 메모리반도체 개발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대만 파운드리 업체와 초미세공정 활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메모리반도체 등 현재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에서도 해외 업체들과 기술 격차를 벌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