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물가둔화라는데… 체감물가 여전히 고공행진
2023.05.07 18:35
수정 : 2023.05.07 18:35기사원문
7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3.7%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7월에 6.3%로 고점을 찍은 데 이어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1월에 5.2%로 다시 깜짝 반등하며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것 같던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3%대로 진입한 것이다. 연말 정도에 3%대 초반을 예상하던 정부보다 이른 시점에 뚜렷한 둔화세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양파 가격이 전년동월비 51.7% 올랐고 개인서비스 6.1%, 외식물가 7.6% 등 일상과 밀접한 부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심리의 가늠자로 볼 수 있는 근원물가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소비자물가와 달리 4%대에 머무르고 있다.
물가상승 둔화세를 견인한 가장 큰 요인은 에너지 가격 하락이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비 16.4% 급락하며 둔화세에 0.9%p 기여했다. 지난해의 '에너지 대란'에 대한 기저효과가 깊게 작용한 셈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에 덜 민감한 유럽과 미국은 우리나라만큼 둔화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 5%, 독일 7.8%, 영국 10.1% 등으로 아직 금리와 물가의 싸움이 한창이다.
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쉽게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수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에너지 가격이 둔화세에 기여한 만큼 증가세에도 쉽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OPEC+ 감산과 중국발 석유수요가 몰리며 석유류 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아직 금리로 조이고 있는 물가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3일(현지시간) 다시 한번 0.25%p 금리인상을 결정하며 금리 역전폭도 커졌다. 에너지 가격에 더해 금리 역전폭이 달러 강세를 야기하며 수입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주도한 둔화세가 뒤집히면 더 큰 상승이 유도될 리스크도 존재한다. 서민 부담을 이유로 계속해서 미루고 있는 생활요금 인상도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7%대인 외식물가의 추가 인상 여지는 높다.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인상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연일 전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이를 계속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커피, 햄버거, 치킨 등 외식업체 및 유관단체를 만나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식품업계는 생수·아이스크림·주류업계가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계획을 미뤘다. 하지만 외식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식품업계와 달리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인건비 임대료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다. 무조건 인상 자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도 여름철 '냉방비 폭탄'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